"장사안돼 접을 판에 한숨 돌렸다" 57만 소상공인 지원금 환수 면제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정부 수차례 말바꿔 혼란 가중
"버티면 돼" 도덕적해이 비판도
57만 소상공인이 8000억여 원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돌려줘야 될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그동안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신음해 왔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환수 방침에서 돌연 백지화로 선회하며 현장 혼란이 가중됐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 지원금은 버티면 된다'는 모럴해저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29일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57만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청천벽력과 같았던 재난지원금 환수가 백지화된 것은 안 그래도 삶이 팍팍한 자영업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현재 고금리로 소상공인의 경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환수 의무 면제가 가능하도록 소상공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동안 재난지원금 환수 추진 여부를 놓고 정부 정책 기조가 오락가락하면서 일선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간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19 기간에 지급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에 대한 초과지급액 환수 계획을 꾸준히 밝혀왔다. 이른바 1·2차 재난지원금으로 불리는 새희망자금과 버팀목자금은 특별피해업종에는 매출 감소와 무관하게, 일반업종에는 매출이 줄어든 업체에 한해 최대 200만원을 지급했다.
매출 감소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에게는 매출 감소 확인 없이 자금을 지급했다. 추후 매출 증가가 확인되면 환수한다는 원칙으로 예산을 집행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영 중기벤처부 장관은 재난지원금 환수 여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이 장관은 "재난지원금 환수는 법률(보조금법)에 근거한 것으로 집행 안 할 권한이 없다. 국회에서 환수 관련 지적이 있었다"며 환수 추진을 시사했다. 하지만 9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후 10월 국정감사에 들어와서는 "재난지원금 환수 대상, 환수 금액 설정 등이 마무리 단계"라며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다시 태도를 바꾼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당초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세웠던 원칙을 수차례 재확인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9월 환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것은 보조금법 위반 소지 등을 살펴보던 상황에서 나왔던 것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년 총선을 의식한 당정이 재난지원금 환수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재난지원금 환수라는 원칙을 정부가 스스로 뒤집은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 사이에서 "앞으로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은 기준을 따지지 말고 일단 받아놓고 버티다 보면 뱉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청일 중기부 소상공인재도약과장은 "이번 당정협의 결과에 따른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 조치로 인한 형평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연호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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