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터지면 외환위기 수십배 위력…영끌 대출·투자 위험"
김대기 비서실장 심각성 경고
"과거 정부 유행한 영끌 위험"
가계부채 정책 투트랙 전개
변동금리 대출규제 강화하고
장기 고정금리 대출 늘리기
6억이하 특례보금자리론은
재원한도 넘겨도 계속 지원
당정이 29일 내놓은 각종 금융정책은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하되 서민과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에게는 다소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국민의힘, 정부, 대통령실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 축소를 유도하기 위해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연내에 신속히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미 누증된 가계부채 규모가 큰 만큼 금융 안정을 위협하거나 구조적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부채 억제를 위해 시행 중인 DSR 제도개선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추가 개선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을 연내에 신속 도입하고 장기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조달 수단 활용 등을 재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을 통해 가산금리 1%포인트가 부과된다고 가정(대출금리 4.5%,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기준)했을 때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는 DSR 한도가 기존 3억3000만원에서 2억9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가산금리로 대출한도를 산정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강화에 나선 것은 가계부채 위험수위가 다시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보다 몇 십 배 위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 흐름이 나타나는 트렌드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김 비서실장은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 대출'이나 '영끌 투자' 같은 행태는 정말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9일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레버리지(빚)해서 투자하는 분이 많은데,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 비용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와 별개로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해서는 서민·저가주택을 대상으로 당초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원을 넘더라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억제 기조와 상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박 수석대변인은 "금융권 시스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서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대출을 이어나가며 민생을 챙기겠다는 포석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연장에 부동산 업계는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가 되살아날지 주목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1월 30일부터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DSR 제한 없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3년 내 매도 조건)에게 최장 50년,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했다.
그러나 집값이 뛰고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지난달 27일부터 6억∼9억원 이하 '일반형' 대출은 중단하고, 6억원 이하 '우대형' 대출만 내년 1월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년 1월까지만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계속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 매수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동산 업계는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중단된 최근 한 달간 6억∼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감소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 가격대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9월 27일부터 10월 26일까지 매매 신고된 6억~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전체의 6.6%로 집계됐다.
채무자에 대한 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주 주요 상임위원회 국정감사가 종료됐고 다음달 국회는 본격적으로 법안심사에 돌입한다. 여당은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고 연체이자 제한, 추심부담 경감 등 내용을 담은 개인채무자보호법 입법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의 개인채무자보호법 심의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전히 높은 수익을 내는 금융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조를 주문했다. 김 대표는 "금융권의 자발적 협조와 상생 의지를 당부드린다"며 "서민 자금줄이 메말라 가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대 차익(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인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금융권 모습이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채종원 기자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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