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매각' 아시아나 이사회 갈림길 … 통과든 불발이든 첩첩산중

조윤희 기자(choyh@mk.co.kr), 김희수 기자(heat@mk.co.kr) 2023. 10.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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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땐 독자 생존 모색
EU 요구 부응못해 불발 우려
아시아나 12조원 부채상환
산은 등 채권단 지원 불가피
가결땐 최종 승인 남아
경쟁당국 심사에 1년이상 소요
美·日 승인 또다른 해결 과제
매각따른 고용도 갈등 빚을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30일 열리는 이사회를 기점으로 분수령을 맞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을 반대할 경우 유럽연합(EU) 측의 합병 승인을 받기 어려워져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주채권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

화물사업부 매각이 가결되더라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노선 일부를 이관해야 하는데다 EU 경쟁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을 공들여야 한다.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관문도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부와 주채권은행, 대한항공이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EU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 안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안건이 통과되려면 4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사회 구성원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어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임시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항공업 재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진통이 불가피해 이사회의 결단에 시장 관계자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관계자는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차악의 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와 주주, 국익을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을 반대할 경우 EU 집행위원회의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한 시정안 제출 자체가 불가능해져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수년간 투입한 3조6000억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허공에 날리지 않으려면 다시 한 번 호흡기를 대야 한다.

관건은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가능한지다. 올해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약 12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741%에 이른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전직 사장단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채권은행에 지난 7월 차입금 7000억원을 상환 완료하는 등 독자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최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도 2019년 이후 실적이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은 등 채권단은 화물사업부 매각 승인을 종용하는 차원에서 '추가 지원은 없다'고 압박 카드를 꺼냈지만, 한진해운처럼 아시아나항공이 청산 수순을 밟을 경우 시장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 자본 확충이나 자본구조 조정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7월 회사는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차입한 단기 대출 중 일부인 7000억원을 갚았고, 이달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대출 24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해 유동성을 대부분 소진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 상환과 높은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채권단의 지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U 경쟁 당국의 최종 승인을 위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성사시켜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화물사업부 인수를 검토한 한 저비용항공사(LCC)업계 관계자는 "조종과 정비 인력, 화주 등 기존 사업 역량이 어느 선까지 매각 대상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 가격을 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을 따내기 위해 슬롯과 운수권 재분배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영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LCC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고,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EU과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을 위해 노선을 추가로 경쟁사에 넘겨야 할 것으로 예상돼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반독점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출혈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에스크로 계좌에 묶어둔 계약금과 중도금 7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이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이 이를 우선 열어준다 해도 문제가 따른다. 최종 승인 전 대한항공의 자금으로 급한 불을 껐다가 추후 다른 사안으로 해외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이 불발될 경우 상환 부담은 고스란히 아시아나항공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화물사업부 매각에 따른 고용 문제도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고용 보장 및 처우 개선'을 전제로 한 화물사업부 매각 협상을 벌이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와 일부 조종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윤희 기자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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