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노인보다 부자가 더 내게 설계"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3. 10.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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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문가위원 13명 조사
정부안에 보험료 인상 없어
국회에 결정 미뤄 'F학점'
연령별 차등부담땐 세대갈등
고소득층 보험료율 더 높여야
기금본부 독립해 수익률 제고

최근 정부가 보험료율(내는 돈), 소득대체율(받는 돈) 등 구체적인 숫자가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가운데 향후 내실 있는 개편이 이뤄지려면 나이가 아닌 소득 기준으로 보험료를 차등 부담하는 방안과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해 수익률을 높이는 대책을 처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매일경제가 정부 국민연금 개혁 초안을 만든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재정계산위원회) 민간위원 13명 전원에게 문의한 결과, 현행 정부 개편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위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우선 정부 개혁안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재정계산위원으로 활동했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복지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장기 재정 균형을 도모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재정 안정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모수(숫자) 개혁이 없는 F학점짜리 계획"이라고 비판했고,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혁 핵심인 모수 개혁은 없고 잔가지만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A위원은 "보험료율 최소 15% 상향이 기금 고갈을 막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금의 지속가능성(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 관점의 대립, 최종 의사결정권을 지닌 국회의 여소야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향후 타협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방안"이라고 유일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재정계산위원 출신 전문가들은 향후 건설적인 개편이 이뤄지기 위한 방향도 제시했다.

남 교수는 연령별로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달리한 정부 방안에 대해 "고소득층이 더 부담하는 보험료 상한을 높이는 것은 내버려둔 채 재정계산위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연령별 차등화' 방안이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보험료 부담을 차등화한다면 나이가 아닌 소득·계층에 따른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최대 50%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오 위원장은 "도시 지역가입자 지원이 신설된 것은 유의미하다"면서도 "저소득층 대상 범위가 너무 좁고 지원 기간도 짧다"고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정 안정 노력이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1년에 0.5%포인트씩 12%까지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 연령 논의에 대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국회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같은 모수를 자동 조정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와 보험료율 인상을 꼭 다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금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B위원은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 역시 "수익률 상향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연금 개혁을 완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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