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中美 정상회담까지 순탄치 않아"
회담 앞두고 대미 '5不' 요구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공동 노력에 합의한 가운데 중국 외교 수장이 미국이 중국의 안보 우려에 관한 양국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전향적 자세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싱크탱크 애스펀인스티튜트가 개최한 국제 전략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중국과 미국) 양측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면서도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고, 자율주행에 맡겨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국은 '발리로의 복귀'를 확실히 해야 하고, 양국 정상의 공동 인식(컨센서스)을 이행해야 한다"면서 "간섭을 배제하고, 장애를 극복하며, 공동 인식을 증진하고,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이 언급한 '발리로의 복귀'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한 사항을 미·중 양국이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이 '발리 회담 정신'이라고 부르는 원칙에는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음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음 △동맹 강화를 통해 반(反)중국을 추구하지 않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 △중국과 충돌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음 등 이른바 '5불(不)'이 포함된다. 중국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하고도 '행동'으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다음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1년 만에 회담을 열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나온 왕 부장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 요구사항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 당국자 말을 인용해 "왕 부장과 미국 국가안보팀이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왕 부장의 워싱턴DC 방문이 미·중 정상회담의 확실한 보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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