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국채 보유 14년만에 최저···자금이탈·위안화 방어 '노림수'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3. 10. 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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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Why···中, 美 국채 매도 행진
8월 8054억弗···한달새 164억弗↓
2013년 비해 40% 가까이 줄어
디커플링·수출통제 조치에 대응
월가, 국채금리 급등 배후로 지목
"美 경제 흔들려는 의도" 분석도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5%를 돌파하는 등 최근 급등의 배경으로 중국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규모로 보유한 미국 국채를 내다 팔며 채권 값을 하락시키고 금리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의 부담을 키우고 미국 경제를 흔들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맞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노리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미 국채 매도에 속도를 낸다는 해석도 나온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8054억 달러(약 1094조 원)로 전월 대비 164억 달러 감소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13년을 정점으로 10년여 만에 40%나 감소했다.

중국은 2019년만 해도 미 국채 보유량 세계 1위였으나 꾸준히 국채를 팔며 일본에 이어 2위로 내려왔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8월까지 540억 달러(약 73조 원) 규모의 국채를 매각했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지난해에도 1732억 달러가 감소했다.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최근 중국이 미국 경제를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는 해석이 눈에 띈다. 중국이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와 수출통제 등에 맞서는 수단으로 미 국채 매각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 국채를 팔아 채권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그만큼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된다. 재정적자 폭이 확대되는 미국에 불안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채권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추측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채권 매도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근 월가에서 화제가 된 미국 투자 회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의 메모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 그래프를 제시하며 “미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뒷면에는 중국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미 국채를 팔아 위안화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더딘 경제 회복과 과도한 지방 부채 등의 우려로 대규모 자본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9월 중국 역내 현물·선물시장 거래, 역외 순지급된 위안화 규모 등을 취합한 결과 750억 달러라고 밝혔다. 전월 대비 80% 늘어난 수준이며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자본 유출에 따라 위안화 환율 상승(통화 가치 하락) 압력이 큰 상황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중국 당국의 심리적 지지선인 ‘포치(破七·달러당 위안화 가치 7위안 붕괴)’를 넘어서 최근 역내·외 시장에서 1달러당 7.3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환율 방어에 나서는 중국은 위안화 약세가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이자 9월에는 외화 지급준비율을 기존 6%에서 4%로 조정하는 등 미국과의 금리 차에 따른 외화 유출을 막으려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난달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중국 주요 국영은행이 위안화의 평가 절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달러를 매도하고 위안화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커진 ‘달러 무기화’에 대한 중국의 위기감도 미 국채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미국은 3000억 달러 상당의 러시아 해외 자산을 동결했다. 밍밍 중국 중신증권(CITI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적으로 간주되는 국가에 재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오히려 중국이 디리스킹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국제화에 나서는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 달갑지 않다.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3.7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패권을 견제하며 중동·남미·러시아 등과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확충한 결과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시진핑 주석이 집권 10년 만에 처음으로 인민은행과 외환관리국을 찾은 것도 달러 매입을 통해 위안화 약세를 막고 위안화 국제화 행보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시 주석의 이번 외환관리국 방문 목적 중 하나는 3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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