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치솟자 …'채권 공매도' 3개월새 10조 늘었다
국고채 3년물 4.1% 돌파
채권 가격 뚝뚝 떨어져
손실 방어위해 공매도 급증
랩·신탁 상품도 안팔린 영향
내년 초 이후 금리안정 전망도
고금리 기조 장기화 우려에 따라 채권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 대차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채권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에 운용 손실을 막기 위해 공매도 전략과 유사한 채권 대차거래가 증가하는 것이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채권 대차거래 잔액은 131조4170억원이다. 지난 17일까지만 하더라도 126조2183억원이었던 채권 대차거래 잔액이 열흘이 채 안 돼 5조원 넘게 급증한 것이다. 불과 3개월여 전인 지난 7월 27일 121조8055억원에 비해 10조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채권 대차거래는 주로 채권가격 하락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주식시장 공매도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대차거래 잔액은 투자자들이 증권이나 채권 등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으로, 통상 대차거래 잔액이 늘어난 것은 대차거래 증가로 볼 수 있다. 최근 채권 대차거래 잔액이 급증한 것은 채권가격이 내려가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기관이 '채권 헤지 거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권금리 상승세도 가파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월 연 3.110%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18일에는 4%대를 돌파했다. 지난 26일에는 4.104%에 도달했다. 국고채 10년물도 연초에 3% 초반대를 보이다가 점차 상승해 4.392%에 이르렀다.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하자 채권 대차거래도 함께 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윤선정 NH선물 연구원은 "아무래도 4분기가 시작되면서 운용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서 채권 대차거래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사들도 이렇게까지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을 만회하는 차원에서 저가에 매수하고 가격 평단을 낮추는 자금도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에 자금을 조달하던 채권형 랩·신탁(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이 위축되면서 대차거래가 늘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간 채권형 랩·신탁이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는데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랩·신탁 운용에 대한 점검에 나서면서 관련 자금이 줄어들었다. 결국 채권시장에 투입되는 자금이 감소하면 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에 채권 대차거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구명훈 키움증권 리테일금융팀 이사는 "이전에는 채권이 발행되면 랩과 신탁이 소화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해줬는데 지금은 랩·신탁 규모가 줄어든 상태"라며 "자금조달이 잘 안 되니 이를 대체해서 대차거래를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월 19일부터 26일까지 가장 활발하게 대차거래가 체결된 채권은 국고채권 03125-2606(23-4)으로 체결금액이 1조5620억원에 달했다. 국고채권 02125-4703(17-1)이 1조5321억원, 국고채권 03625-5309(23-7)가 1조1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국고채 종목 명칭은 '표면금리-만기연월'로 표기된다. 예컨대 03125-2606은 표면금리 3.125%에 만기가 2026년 6월인 국고채권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기관들은 채권가격 하락에 대비해 채권 선물을 적극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26일 기관은 3년물 국채 선물을 1조520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 가운데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투자 주체는 금융투자업계로 3년물 국채 선물을 1조5886억원어치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금융당국의 랩·신탁 조사가 끝나면 연초부터는 채권시장에 자금이 다시 흘러가면서 대차거래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시장은 추가 인상보다 동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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