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TV 외면에 … 날개 꺾인 T커머스
8년만에 첫 역성장 전망
시청자 감소에 비용 증가
데이터홈쇼핑 한계 노출
TV 방송을 보면서 전용 리모컨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서비스인 'T커머스'가 올해 처음 역성장할 위기에 놓였다.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도 2020년부터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바깥 활동이 늘자 방송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TV에 기반을 둔 유통 채널이 합심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단독사업자 5개사인 SK스토아·KT알파·신세계라이브쇼핑·쇼핑엔티·W쇼핑은 올해 취급액이 4조15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도 취급액(4조3156억원)보다 약 3.84% 줄어든 수치다. 취급액은 방송에서 판매된 상품 금액을 합친 금액으로, 산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올해 매출액은 1조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 역시 전년도 매출액(1조2341억원)보다 10.05% 줄어든 결과다. 2015년 SK브로드밴드·신세계그룹 등이 단독사업자로 뛰어들면서 시장이 형성된 이래 매출액 역성장은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영업이익도 30억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적자를 겨우 면할 것으로 보인다.
T커머스 성장세는 지난해 엔데믹이 되면서 둔화됐다. 지난해엔 겨우 3%대 성장에 그쳤다. 2022년 2분기부터 매출액이 전년 대비 역성장하면서 6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서우람 T커머스협회 실장은 "엔데믹 전환 이후 외출이 늘면서 TV 시청자가 감소했다"며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게 돼 실적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TV홈쇼핑 시장도 위축되긴 마찬가지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 회사 7곳의 방송 매출액은 지난 3년간 줄어들고 있다. 2019년 3조1462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3조903억원으로 1.8% 감소했다.
2021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줄었고, 지난해 매출액은 3.7% 감소하면서 2조원대로 떨어졌다.
T커머스 업계는 TV홈쇼핑처럼 생방송을 허용하고, 방송 화면 크기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TV에 기반한 유통 채널 전반의 위기만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이 3년째 감소하는 가운데 T커머스 업계가 TV홈쇼핑 시장에 뛰어들면 출혈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TV홈쇼핑 관계자는 "T커머스는 출범 때부터 TV홈쇼핑과 다른 유통 채널로 인정받아 시작됐다"며 "TV홈쇼핑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T커머스까지 같은 시장에 뛰어들면 높은 송출 수수료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T커머스 채널을 신설하겠다고 나서면서 업계는 경쟁 과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2월 중기중앙회는 중소상공인의 판로 확대를 위한 채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T커머스 채널이 신설되면 중기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는 공영 TV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국내 TV홈쇼핑·T커머스 채널은 17개에서 18개로 늘어난다. T커머스 업계는 자체브랜드(PB) 상품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요 고객층인 여성을 겨냥한 상품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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