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호황이 밀어올린 日펀드 잘나가네
주력 기업 실적 호조 덕에
연초 이후 수익률 20% 육박
인도·베트남보다 높아
반도체업종은 평균 48% 올라
일본 증시가 올해 미국 다음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킹달러'와 미국 고금리 장기화로 주요국 증시가 고전한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다. 특히 중국을 대체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인도나 베트남보다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엔저 호황과 미·중 분쟁 수혜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일본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향후 '큰손'으로 주목되는 일학개미 모시기에 분주한 분위기다.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국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일본 주식(18.69%)이 연초 이후 북미 주식(28.74%) 다음으로 가장 성장률이 높았다.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는 인도(14.49%)나 베트남(11.02%)과 같은 신흥국 주식보다도 높은 수치다. 아시아·태평양 주식(일본 제외)은 -3.02%로 뒷걸음질을 쳤고 중국 주식형 펀드는 -17.80%로 큰 폭의 손실을 냈다.
일본 증시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도 연초 이후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ACE 일본Nikkei225(H)와 TIGER 일본TOPIX(합성X)는 올해 들어 각각 22.82%와 19.64%(10월 27일 종가 기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의 대약진에는 엔저 정책으로 인한 기업 실적 호조가 주효했다. 지난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자동차·전기·중공업·기계를 포함한 일본 주력 기업 20곳의 1년 치(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엔저로 2조엔(약 18조원)의 추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 상황이 길어진 것이 일본 펀더멘털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상반기까지 일본 주식시장을 주도한 업종은 반도체와 자본재였지만 하반기 들어서 은행, 부동산 등이 올라오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일본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실리콘 웨이퍼, 포토레지스트를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장을 지배해왔다. 최근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에 나선 가운데 일본 정부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기술과 설비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기업의 평균 주가는 연초 이후 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의 상승률(19%)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8월 이후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일본 반도체 시장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관련 ETF 상품을 연이어 내놨다. 각각 지난 8월과 9월 상장한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itve와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는 시가총액에 가중해 반도체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다만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는 구성 종목 수를 20개로 상한을 뒀다. 또한 상위 3개 종목인 도쿄일렉트론, 신에쓰화학, 호야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이달 상장한 ACE 일본반도체는 유동시가총액과 반도체 매출을 고려한 상위 25개 종목에 3~5%씩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한다. 이에 따라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개별 종목에 대한 위험도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민혜 KG제로인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일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엔화 투자까지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내 ETF들은 주요 종목 구성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향후 차별적인 성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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