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道 `자료 삭제` 실토에도 국토부 "사실과 달라" 재차 주장
"(서울~양평 고속도로) 과업수행계획서의 4페이지가 빠진 것은 종점 변경 논란이 시작되기 전인 올해 5월 국회 자료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종점 변경 검토 정황을 숨기기 위해 자료를 삭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10월 29일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설명자료)
지난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한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공개한 자료에서 일부 내용이 고의로 누락됐다는 의혹에 대해 "실무자의 (자료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토부가 또다시 해명에 나섰다.
이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 7월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가 3개월 만에 "실무자 지시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는데, 여러 의원실에서 수백여건의 자료요청을 받다가 수정본이 나간 것이라며 29일 다시 결백을 주장한 것.
지난 27일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용역업체가 작성한 과업수행계획서 중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가 담긴 4페이지 삭제를 누가 지시한 것이냐'고 묻자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국토부의) 담당 실무자들이 지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실무자의 삭제 지시 이유에 대해선 해당 부분에 오타 등 엉뚱한 내용이 들어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감 현장에서 언급된 자료는 국토부가 지난 7월 23일 공개한 양평고속도로 관련 자료 55건 중 용역업체인 경동엔지니어링이 작성한 타당성조사용역 과업수행계획서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종점안이 대안 노선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작년 5월 19일 용역보고서인데, 그 전인 지난해 4월에 작성된 38페이지짜리 보고서다.
하지만 7월 23일 국토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과업수행계획서에는 종점부 위치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23~26페이지가 빠져있었다.
이에 민주당 등에서는 국토부와 용역업체가 본 타당성조사에 착수한 지난해 5월 이전부터 종점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관련 페이지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실무자가 실수로 누락했다"고 밝히며 누락 내용을 추가한 과업수행계획서 파일을 홈페이지에 다시 올렸는데,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누락이 실수가 아닌 실무자 지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경동엔지니어링의 김수현 상무가 과업수행계획서 일부가 왜 누락됐냐는 질문에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정·삭제했던 기억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후 27일 국감에서 국토부가 과업수행계획서 일부 내용 누락이 "실무자 지시였다"고 말을 바꾸자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관련 질의응답이 끝난 뒤 "위원회 의결로 자료 제출 거부, 불출석, 국회 모욕, 위증한 증인 및 감정인에 대해 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다음 날인 28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검토 정황이 담긴 자료를 국토부 관계자가 고의로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국토부가 29일 "7월 23일 공개 과정에서 최초에는 수정본을 공개했다가, 원본과 수정본 두 가지 유형의 과업수행계획서가 제출돼 논란이 발생한 점을 인지하고 7월 25일 홈페이지에 원본을 공개했다"며 다시한번 말을 바꾼 것.
이날 국토부는 올해 5월 설계업체가 최초 제출한 과업수행계획서에 "예비타당성 조사 내용검토 부분에 본 과업과 관련 없는 '울산광역시 개발계획을 고려한 관계기관 협의 및 대안노선 선정'이 잘못 들어가있고, 확정되지 않은 출입시설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며 4페이지를 빼고 과업수행서를 제출했다며 "앞으로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료 관리 및 용역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7일 국감에서는 뜬금없이 '타진요'가 등장해 논란이 있었다.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토부 장관은 양평고속도로 의혹 제기를 '날파리 선동'으로 비하하는 등 일관되게 국회를 무시해 왔다"며 원 장관에게 사과받을 것을 같은 당 소속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이에 원 장관은 "넉 달째 양평고속도로가 외압에 의해 특혜로 변경했다고 주장하는데, 단 하나의 근거도 없이 지엽적 사안과 실무자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것은 '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2010년 그룹 에픽하이 소속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줄임말인 '타진요'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가리키는 관용구로 쓰이는 데 원 장관이 이를 직접 언급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것.
김 위원장이 '타진요가 무슨 뜻이냐'라고 되묻자 원 장관은 "찾아보라"고만 답변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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