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기업을 지방으로 부르려면
정부가 지난 27일 열린 '제5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기업에 주는 보조금을 두 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기업당 보조금 한도가 최대 100억원이었는데, 200억원으로 늘어난다. 언뜻 보면 솔깃할 만한 안이다. 그런데 숫자로 보이는 것과 정책이 시행되는 현실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최근 취재한 A사는 10여 년 전 한 시도에서 20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준다는 말을 믿고 수도권에 있던 공장을 지방으로 옮겼다. 지방으로 가면 물류비가 더 들고 직원을 구하기도 힘들지만, 전국으로 사업을 키우고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다니 결정한 일이다.
그런데 보조금을 준다던 지방자치단체의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조금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도에선 보조금을 주지 않았고, 약속은 '반쪽짜리'가 됐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괴로워요." A사 대표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분이 차오른다고 했다. A사 사례는 예산 부족에 시달리던 한 지자체의 어쩔 수 없던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이 가랑비에 옷 젖듯 쌓여서 지자체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깎는다. 보조금이란 달콤한 말로 꾀어 놓고 말이 바뀌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다. "보조금 두 배"라는 말로 생색을 내기보다는 실제로 정책이 잘 시행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역 균형발전을 줄곧 강조해왔다. 27일 윤 대통령까지 나서 "지역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부여 방안 등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기업의 마음을 돌릴 만한 파격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에 지방에 있는 산업단지들은 기업을 데려와 단지를 채우는 데 애먹고 있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건 분명하다. 바로 획기적인 세제 혜택이다.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에 가려면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방 균형발전을 얻기 위해서 정부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할 시점이다.
[이새하 경제부 ha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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