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횡재세, 자유시장 경제에 맞게 신중한 접근을 [사설]
정부가 은행을 대상으로 부담금 방식의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횡재세는 과도한 수익을 올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 이외에 추가로 징수하는 조세다. 바람에 날아온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windfall tax)이란 영문 표기처럼 외부 요인에 따른 과도한 추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취지다. 횡재세 도입은 그동안 야권을 중심으로 거론돼왔지만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도 최근 논의에 착수했다고 한다. 가파른 금리 인상 과정에서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남겼고, 취약계층이 고금리로 고통받는 사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도 에너지 기업과 은행을 대상으로 기부금과 이익 환수 등 다양한 형태의 횡재세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도 석유회사들의 초과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상원에 발의돼 있다.
하지만 횡재세 도입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은행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중 과세나 재산권 침해, 경쟁력 저하 등 다양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과이익에 대해 추가로 부담금을 걷을 경우, 은행들이 적자를 낸다면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반론도 가능해진다. 외부 요인에 따른 과도한 이익의 범위, 부과할 대상 기업을 어떻게 설정할지 제도 시행에 앞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은행 이외 다른 산업군과의 형평성 논란을 불식하고, 초과이익에 대한 사회 환원 용도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면 반시장적 포퓰리즘 조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부과 대신에 은행권과 심도 있는 사전 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고금리 장기화로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해법으로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정책을 펼친다면 윤석열 정부는 과거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위기를 헤쳐나갈 정책 수단이 많지는 않지만 어려울수록 정공법으로 가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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