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의원 수도권 출마 내건 인요한, 이게 공천 혁신이다 [사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스타 의원들이 (총선 때) 서울로 올라왔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안 하면 안 할 수 없게 분위기를 끌어가는 게 제 의무"라는 말도 했다. 영남 중진들에게 당선 가능성이 큰 영남을 떠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는 뜻이다.
그의 제안은 내년 총선에 '통합'과 '쇄신'을 녹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천 혁신이라고 할 만하다. 영남 중진들은 대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계'로 통한다. 이들이 지역구를 버리고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자기희생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비윤계에 당 통합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친윤계에 유리한 공천을 할 것이라는 공천 차별 논란도 봉쇄할 수 있다.
중진이 내려놓은 영남 지역구에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공천한다면 여당의 쇄신도 끌어낼 수 있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 298명의 나이를 보면 30대는 7명, 40대는 24명에 불과하다. 60대가 129명으로 가장 많고 70대 이상도 14명이나 된다. 평균 연령이 무려 58세다. 대한민국 평균 연령보다 14세나 많다. 시대 변화에 맞춰 국정을 쇄신하려면 청년 정치인들이 더 많이 국회로 진출해야 한다. 영남권 중진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청년들에게 길을 터준다면, 이는 공천 혁신을 넘어 정치 혁신이다.
더욱이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 비중은 50.4%, 지역총생산 비중은 53%에 이른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에서 지역구 121석 중 16석만 건졌다. 이래서는 국민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당의 중심이 되는 중진 의원들은 영남에 머물고 신인들에게만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하는 건 비겁하다.
그러나 지금껏 영남권 중진 중에는 비윤계로 통하는 하태경 의원만이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친윤계는 한 명도 없다. 이는 기득권을 지키고 권력의 곁불을 계속 쬐겠다는 행태다. 그러면서도 당의 쇄신을 말한다면 위선이다.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 당 대표가 가장 먼저 답하는 게 쇄신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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