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 끝, 선박값은 쑥…韓 조선업계 '흑자 뱃고동'
‘저가 수주’ 마무리하고 ‘신조선가’ 상승에 수익 개선
IMO 규제에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하리란 분석 나와
“조선사, 변화 살펴보고 고민…전략적 행동 계획해야”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대표 조선 3사가 올해 3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함께 분기 흑자를 기록한 건 2012년 4분기 이후 11년 만이다. 그동안 조선사들의 실적에 발목을 잡던 ‘저가 수주’ 물량 대부분이 인도된 데다 비교적 높은 선가에 계약한 선박을 본격적으로 건조하기 시작하면서 수년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와 함께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지난 분기에 이어 올 3분기 흑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분기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690억원을 기록하면서 2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나갔고,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도 758억원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초부터 이어진 흑자 기록을 3개 분기로 연장했다.
‘저가 수주’ 굴레 벗고…선가 인상에 수익성 개선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분기 흑자 기록 달성에 성공하면서 수년간 국내 조선업계를 괴롭혀오던 ‘저가 수주’ 굴레를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에선 과거 저가 수주 물량 대부분이 올해 말까지 인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선가가 낮았던 지난 2021년 상반기까지의 수주 물량도 소진한 뒤 제값을 받고 수주한 물량을 건조하면서 수익성이 나아지리란 관측도 나온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차 저가 수주 물량 인도가 감소하면서 한화오션의 실적은 우상향할 전망”이라며 “현재 한화오션의 인도 기준 수주잔량은 상선 195억달러(26조여원)인데, 이중 선가가 상대적으로 싼 선박 비중은 36억달러(4조여원) 수준으로 그 비중은 1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선가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도 누릴 전망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2021년 6월 138.79에서 지난해 6월 161.53, 올해 6월 170.91로 상승했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주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선가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에 조선업계는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국제해사기구(IMO)·유럽연합(EU) 등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에 따라 친환경·무탄소 연료 추진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발주가 늘어나리란 분석에서다. 올해 9월까지 전 세계 조선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으나 국내 조선사들은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펼쳐오며 수익성을 강화해 왔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올해 들어 총 141척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57억4000만달러(21조여원)의 127.2%를 달성했고,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총 26척을 수주해 수주 목표인 95억달러(12조여원)의 69%를 채운 상태다. 이들이 수주한 선박의 종류도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로 앞으로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 측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수주 목표 달성률이 21.1%에 그치지만, 다른 조선사들과 같이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여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또 카타르의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지난 2020년 6월 국내 조선 3사와 맺은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독을 미리 선점하는 계약)에 따른 선박 발주도 예정돼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조선사들, 시장 변화 주의 깊게 살펴야”
조선 3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친환경 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미래 선박 시장에서의 선두 자리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탈탄소화를 기반으로 신조선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의 주도권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선 조선업계가 IMO의 규제와 선사들의 변화 움직임에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선박 연료의 채택에 따라 선사들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선사·조선사들은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고민하며 전략적 행동을 계획해야 한다”며 “내년은 시장의 활발한 움직임보다는 기업들의 치열한 고민이 이뤄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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