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정연설서 협치카드 꺼내나… `신사협정` 첫 시험대
尹·여야 대표 3자회동도 관심
1년 만에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구하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내년 총선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윤 대통령과 사법리스크에 정치생명이 담보로 잡힌 이 대표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다. 지난해 10월25일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지 1년 여 만이다. 올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여러 측면에서 관심 대상이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하고 본회의에 불참한 민주당이 올해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우선 관전포인트다. 여야는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정쟁성 손팻말을 금지하고, 본회의 연설과 발언 등에 고성·야유를 금지하는 이른바 '신사협정'을 맺었다. 첫 시험대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다.
올해는 민주당의 조직적 불참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대통령과 과반 야당의 신경전은 벌써 뜨겁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경제실패·민생파탄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 복귀하며 '내각 총사퇴'와 '예산안 전면 재검토'로 선전포고를 날렸다. 이 대표는 또 윤 대통령에게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 대표가 8번이나 제안했던 영수회담(대통령-야당 대표 회동)을 거부당하자 3자 회동으로 전환한 것이다.
민주당이 본회의장에서는 신사협정에 따라 손팻말과 고성, 야유를 자제하더라도 침묵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 협정이 작동하지 않는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는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 손팻말이나 구호 제창 등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지난해 시정연설 당시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로텐더홀에서 '야당탄압 중단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주재로 마련되는 사전환담 자리에 이 대표가 참석할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참석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제안에 윤 대통령이 응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이 대표의 성의를 요구할 때는 먼저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이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는데, (야당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겠지만,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가 먼저"라고 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윤 대통령과의 사전환담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5월께 이진복 정무수석을 통해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음을 밝혔으나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의 만남이 먼저라며 거부했다. 결국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만남은 출범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성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번 시정연설에서 야당에 손을 내밀지 여부를 변수로 보는 시각도 많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쇄신'과 '혁신'을 요구받은 윤 대통령이 가장 극명하게 변화를 드러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여론도 협치를 더 중시한다. 최근 여론조사(엠브레인퍼플릭, YTN 의뢰, 22~23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0.8%로 나오기도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여야정 3자 회동을 수용하는 등 협치 제스처를 휘한다면 파급효과가 상당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여야의 신사협정도 본회의장 밖 시위 등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정연설을 계기로 여야가 국면 전환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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