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3일 만에 포수 마스크 쓰고 안타 쳤다! 66세 헐크의 야구 열정 "팬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 받았으니까"

김동윤 기자 2023. 10.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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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이만수가 28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대회 올스타전에서 포수 장비를 차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이만수가 28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대회 올스타전에서 배팅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안 따라주네. 나 그래도 잘하지 않았어요?"

'헐크' 이만수(66)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아픈 몸에도 녹슬지 않은 야구 열정을 과시했다.

28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는 2023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대회 결승전에 앞서 올스타전이 열렸다. 지난해 시작된 대회에서도 올스타전은 이번이 처음. 현역 선수들과 동문 선배들이 함께 뛰는 뜻깊은 자리였지만, 대학 입시 일정(수시)과 겹쳐 일부 선수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도 있었다.

이 이사장의 포수 출전도 그렇게 이뤄졌다. 당초 이 이사장까지 포수 마스크를 쓸 일은 없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3일 전 라오스에서 귀국했고 백내장으로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은 상태여서 몸 상태만 생각하면 1루수 선발 출전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도 선수가 부족하다는 말에 기꺼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포수 마스크를 썼다. 방망이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허리를 붙잡는 등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으나, 끝내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경기장의 모두가 깜짝 놀란 날카로운 중전 안타를 뽑아냈고 4회말에는 결국 포수 마스크도 썼다. 친분이 두터운 양일환 노브랜드(대구상원고, 선린인터넷고) 팀 감독의 깜짝 제안이었다.

대구상원고 후배 김도운(18)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실수도 있었다. 주자 1루 상황에서 옆으로 빠진 공을 잡으려 했으나, 손만 뻗은 채 그대로 넘어진 것. 이후 상대 팀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3점을 내줘 2-3 역전을 허용했고, 노브랜드 팀은 그대로 패했다.

이만수가 28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대회 올스타전에서 중전 안타를 치고 있다.
이만수가 28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대회 올스타전에서 후배 김도운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회말이 끝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이 이사장은 "오랜만에 포수로 나가니까 좋긴 좋은데 한 이닝 뛰었는데도 다리가 풀린다. 투수(김도운)는 공이 참 좋았다. 오롯이 포수인 나 때문에 실점하고 졌다. 포수가 조금 더 여유가 있었어야 하는데..."라며 "마음만 청춘이다. 그래도 내 나이가 66세고 목이랑 어깨에 담이 왔는데 라인드라이브 안타도 치고 이 정도면 잘한 것 같다"고 웃었다.

이 이사장은 16시즌 간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뛰며 KBO리그 통산 1449경기 출전, 타율 0.296, 252홈런 860타점 624득점, 출루율 0.388 장타율 0.519 OPS 0.907을 기록한 전설적인 포수다. 현재는 본인이 설립한 자선단체 헐크파운데이션의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십 년 넘게 라오스를 비롯한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를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올해는 그에게 굉장히 뜻깊은 한 해였다. 그가 야구협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라오스가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 올해 2월에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서 공인한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이 참여한 DGB컵 인도차이나 드림리그에서 태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5월에는 태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2승 2패를 했고, 지난달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8-7로 역전승하면서 라오스 야구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승리를 안겼다. 라오스 정부도 이런 성과에 이례적으로 비엔티안 대통령궁 앞에서 반바지만 입고 선수들과 함께 한 바퀴를 도는 세리머니를 허락했다.

이만수가 28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대회 올스타전에서 포수를 보고 있다.
이만수가 28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대회 올스타전에서 중전 안타를 치고 웃고 있다.

이 이사장은 "라오스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라오스 쪽에서도 아시안게임에서 본선에 진출한 구기 종목은 야구가 처음이라 다른 것은 많이 도와줘도 이것만큼은 해주겠다고 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에는 재능 기부만 하고 돌아오려고 한 라오스행이 현지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아짱(선생님), 우리하고 같이 야구해요"라는 한 마디에 10년 가까이 이어지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선행이 이젠 라오스가 속한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로 퍼지고 있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휴식 뒤 이 이사장은 다시 캄보디아로 떠난다. 많은 나이에도 계속되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재능 기부를 이어가는 이유로 그는 팬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다.

이 이사장은 "인도차이나반도에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다섯 나라가 있는데 그곳에 모두 야구를 많이 알려주고 싶다.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했는데 태국까진 내가 다 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면 내 뒤를 따르는 후배가 내가 못 다 한 꿈을 이뤄주지 않을까 싶다. 뒤이어 올 후배들이 아시아 야구를 잘 성장시킬 수 있도록 나는 다리만 놔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살아오면서 팬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남은 인생은 조금 의미 있게 살고 싶었고, 남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팬들에게도 예전에는 사랑만 받았던 운동선수들이 이렇게 사회봉사를 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후배들이 나를 보고 좀 따라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활짝 웃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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