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알아주지 않은 택시기사 아버지의 투쟁… "이제 제가 대신 외치겠어요"

정지용 2023. 10.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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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희원(31)씨는 아버지의 싸움이 정당한 투쟁이었다고 믿는다.

방씨는 체불임금 지급, 택시기사 완전월급제 이행을 요구하다 지난달 26일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방영환(55)씨의 딸이다.

방씨는 아버지의 염원인 완전월급제 이행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씨와 택시노조는 해성운수 대표의 정식 기소, 서울시 및 노동청의 해성운수 조사, 완전월급제 이행 때까지 고인의 장례를 미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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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택시기사’ 방영환씨 딸 희원씨]
"아버지 싸움 공정했다는 걸 알리고 싶다"
'택시회사 처벌, 완전월급제 이행' 요구
지난달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방영환씨의 딸 방희원씨가 25일 서울 남부지검에 ‘해성운수 엄벌' 탄원서를 제출한 뒤 접수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방씨는 "아버지는 유서에 '나의 투쟁이 공정한 투쟁이었다는 걸 알아달라, 택시기사들이 보다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썼다"며 "그 유지를 내가 받들겠다"고 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방희원(31)씨는 아버지의 싸움이 정당한 투쟁이었다고 믿는다. 방씨는 체불임금 지급, 택시기사 완전월급제 이행을 요구하다 지난달 26일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방영환(55)씨의 딸이다. 지난 25일 서울 양천경찰서와 남부지검에 부친의 소속사였던 해성운수를 엄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방씨는 한국일보와 만나 “아버지가 세상을 향해 법을 지켜 달라고 외치다 돌아가셨으니, 그 외침을 제가 마저 외쳐 드릴 것”이라고 했다.

방씨는 “노동조합이라는 단어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람이다. 집회와 시위는 “관심 밖”이었다. 지금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해 서울시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해성운수 처벌, 완전월급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많은 분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변한 게 없다”며 “혼자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혼자 노동청에 진정서를 넣고 혼자 법원에서 소송을 하던 아버지는 얼마나 답답했을지”라고 안타까워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가 20일 서울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서 '방영환 열사 사태해결 촉구' 농성을 하고 있다. 방영환씨는 택시업계의 '편법 사납금제'와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지난달 25일 분신 후 지난 6일 숨졌다. 뉴시스

방씨가 대신 나선 것은 고인의 한을 풀기 위해서다. 회사는 집요하게 고인을 괴롭혔다. 2019년 7월 고인이 노조에 가입하자 폐차 직전의 차량을 배차하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고장 난 차를 몰게 했다. 방씨가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절하자 2020년 2월 해고했다.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복직했지만, 편법 사납금을 내느라 주 40시간을 일하고도 월 8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고인은 지난 2월부터 양천구에 있는 회사 앞에서 체불임금 지급과 완전월급제 이행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시위 도중 회사 대표에게 폭행을 당하고 “죽이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방씨는 “해성운수 대표가 가식적인 사과라도 할 줄 알았다”며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이 ‘법대로 하라’고만 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대표는 지난 16일 특수협박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방씨는 아버지의 염원인 완전월급제 이행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택시회사가 기사로부터 수익 일정금액(약 14만 원)을 가져가는 사납금제는 2020년 1월 폐지됐다. 대신 도입된 완전월급제는 일반 회사처럼 택시회사가 기사에 월급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해성운수는 기사가 하루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월급에서 공제하는 ‘편법 사납금제’를 운영했다. 방씨는 "아버지는 없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한 게 아니라 있는 법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열린 '완전월급제 이행!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 방영환 분신 사태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택시 노동자 방영환 분회장을 죽음으로 내몬 택시발전법 등 위반 관련 서울시 택시 사업장 전수조사 진정서 접수 기자회견에서 고 방영환 분회장의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방씨는 어린시절 고인과 헤어져 소원하게 지냈다. 그는 “경찰에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는데 분신으로 돌아가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아버지가 이렇게 힘든 투쟁을 하는 줄 알았다면 딸인 제가 곁에서 같이 싸우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제가 아버지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방씨와 택시노조는 해성운수 대표의 정식 기소, 서울시 및 노동청의 해성운수 조사, 완전월급제 이행 때까지 고인의 장례를 미루기로 했다. 방씨는 “서울시는 해성운수를 조사도 하지 않고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주 40시간 일한 노동자가 월 80만 원도 받지 못하는 게 정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언제까지 병원 안치실에 아버지를 둘 수 없다"며 "아버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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