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냉각 기술의 새 지평 '액침냉각'이란

김민성 2023. 10.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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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따라잡기]
전자제품·배터리 액체에 담가 냉각
액침냉각시장, 2040년 42조원 성장
/그래픽=비즈워치

배터리는 열관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배터리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전력 소비량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서버나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의 확산으로 냉각 효율이 높은 '액침냉각'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전자제품을 액체에 담근다고?

액침냉각이란 전자 제품이나 배터리, 서버 등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침전시켜 열을 식히는 기술입니다. 공기보다 밀도가 높은 액체를 사용해 직접적으로 열을 흡수하는 방식이죠. 전기가 통하지 않기에 누전이나 기계 고장의 우려도 없습니다.

미국 액침냉각 전문 업체 'GRC'의 액침냉각 시스템 모습 / 사진=SK이노베이션

액침냉각은 열기가 액체로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공기나 물을 사용해 간접적으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수랭식 대비 냉각 효율이 높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액침냉각 기술은 최근 ESS, 전기차, 데이터서버 등의 확산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크기 때문이죠. 팬이나 펌프 등 기존 냉각 방식에 필요한 장비가 없어도 된다는 점도 액침냉각이 차세대 냉각방식으로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액침냉각은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용도 뿐만 아니라 여러 전자 장치의 시스템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배터리나 서버 등은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들은 온도가 상승하면 발열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량도 덩달아 높아지죠. 

액침냉각은 액체가 실시간으로 열을 흡수해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액침냉각은 공랭식 대비 전력 소비량을 약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액체에 장치를 직접 담구는 방식이기 때문에 외부 오염물질로부터 장비를 보호하고, 화재 위험성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2040년 42조' 액침냉각 시장 잡아라 

국내 업체들도 액침냉각 기술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가장 활발하게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 바로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부문 자회사 SK엔무브입니다. 

SK엔무브는 윤활기유를 활용해 액침냉각용 플루이드(Fluid)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데요. 플루이드란 흐르는 성질을 가진 기체와 액체 사이의 중간물질을 말합니다. 최근엔 전기차용 윤활기유를 활용해 배터리를 냉각하는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SK엔무브는 전기차용 배터리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선박용 ESS 등의 열관리를 위한 액침냉각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목표입니다. SK엔무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와 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 열관리를 위한 액침냉각 시장은 지난 2020년 1조원 미만에서 오는 2040년 42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SK엔무브가 개발한 액침냉각 시스템 모습 / 사진=SK이노베이션

이를 위해 SK엔무브는 지난해 3월 미국의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 'GRC'에 2500만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이어 올해 8월엔 미국 PC 제조 및 IT 솔루션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와 기술 상용화를 업무협약(MOU)도 체결했죠.

지난 25일엔 SK엔무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박용 ESS 액침냉각 시스템 개발을 위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에 따르면 SK엔무브는 고품질 윤활기유를 활용한 액침냉각 시스템 전용 플루이드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리튬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선박용 ESS 시스템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죠.

SK엔무브 관계자는 "현재 액침냉각 기술은 주로 서버나 ESS의 열관리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전기차에도 윤활유를 활용한 열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액침냉각 시장은 미래 성장성이 밝은 산업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액침냉각 플루이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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