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2단계 돌입” 지상전 선포한 이스라엘…그 다음은 무엇이 될 것인가
가자지구 북부에 방어선 구축…공습도 확대
전문가 “스탈린그라드 맞먹는 포위전 될 것”
장기전될 듯…“길게는 1년” 관측도
이란 “레드라인 넘었다” 경고…확전 우려 고조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와 함께 가자지구에는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이 가해졌다. 이미 8000명을 넘어선 가자지구의 인명 피해는 하늘에서, 땅에서 퍼붓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쟁이 두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포했다. 그는 “전시 내각은 지상 작전 확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육지와 해상, 공중에서 싸울 것이고 지상과 지하의 적들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확대가 이스라엘의 국가적 정체성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쟁을 이스라엘 건국에 빗대 “이것은 두번째 독립전쟁”이라며 “국가가 두 가능성에 직면하는 순간이 있다. 이제 그 시험을 마주했으며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상전 본격 돌입…가자지구로 탱크·지상군 진입해 방어선 구축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선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사실상 지상전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앞선 며칠 동안 가자지구에서 ‘치고 빠졌던’ 소규모 지상 작전과는 다르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탱크 수십대와 보병, 전투 공병이 공중 폭격의 엄호를 받으며 가자지구 내에 안정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갑, 전투 공병, 보병 등으로 구성된 군대가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테러 조직을 식별해 내 공격했으며 부비트랩을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치열한 전투 끝에 가자지구 북부 일부를 점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마스와 교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장교 1명과 병사 1명도 각각 중상과 경상을 입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공습의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27일 밤부터 28일에 걸쳐 가자지구에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폭격을 퍼부었다.특히 제트기 100대를 동원해 하마스 관련 목표물 450여곳을 타격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가자지구 지상과 지하에서 모두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전면전’ 내지 ‘침공’이라는 표현은 피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민간인 희생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지상전 보류를 제안해온 만큼 이를 공식 인정했을 때의 부담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시에 전력을 쏟아붓는 형태의 전면적인 지상전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스라엘은 “계획에 따른 단계별 전쟁”이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중동 전략 전문가 데이비드 로슈 미 국방대 교수는 네타냐후 총리가 “두번째 단계”라고 언급한 만큼 세번째, 네번째 단계가 뒤따르리라고 봤다. 그는 “하마스의 주요 물류와 통신 시설을 파괴하고 하마스의 대응을 알아보기 위해 가자지구에 소규모 침입을 시도해 전장을 형성하는 것이 이번 두번째 단계”라면서 “다음 단계에는 대규모 병력을 수반하는 보다 일반화된 공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략분석가인 조란 쿠소바치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질 장기적인 지상전은 1940년대 소련 스탈린그라드, 1990년대 체첸 그라즈니, 그리고 지난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벌어진 것과 유사하게 가장 피비린내 나는 (포위전)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수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는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이 다음은 무엇이 될 것인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시작되면서, 확전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29일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북부와 인접한 레바논 국경지대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8일 밤사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시도한 로켓 공격에 대응해 레바논에 있는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지난 27일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지금 떠나라”며 철수령을 내렸다. 독일도 확전 우려에 중동에 1000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이 병력은 필요한 경우 자국민의 대피를 돕기 위해 배치됐으며 현재 대부분 키프로스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이스라엘이 ‘전쟁 이후’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대의 동양·아프리카연구센터 연구진인 로렐리 헤레라는 “이스라엘이 종국에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거나 그곳의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함으로써 가자지구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주변 아랍국의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팔레스타인 역사가 재커리 포스터는 “결과적으로는 외교적 협상만이 유일한 출구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양측이 언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라면서 “민간인이 5000명 이상 더 죽은 뒤에야 이뤄질 것인가”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싱크탱크 애슬랜틱 카운슬의 투카 누사이라트 연구원은 전쟁 확산이 중동에 “어두운 시대”를 초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이스라엘에도 악영향을 미치리라 봤다. 그는 “새로 트라우마를 입은 팔레스타인 청소년 세대가 남을 것이다. 이들은 하마스가 (2006년) 선출될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없었지만, 부모들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결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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