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어닝시즌..."나쁘지 않은데도 두렵다"
[파이낸셜뉴스] 올해 3·4분기 실적시즌이 반환점을 돌았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적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지금까진 '어닝 서프라이즈'였지만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상장사의 58.7%(26일 기준)가 실적을 발표했다. 기업 수로 보면 289개 기업 가운데 51개(17.6%)에 해당한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전체 영업이익은 23조6999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3.9% 높았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이 전체 호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3·4분기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컨센서스(2조421억원)보다 17.53%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에 힘입어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51.5%, 전분기 대비 127.5% 높은 12조5076억원으로 집계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실적 바닥을 확인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4·4분기부터 감산 효과 가시화에 따른 재고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1위에 오른 현대차는 컨센서스보다 5.63% 높은 3조8217억원을, LG전자는 컨센서스보다 23.29% 증가한 9967억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실적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도 컨센서스를 1.6% 초과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로는 -38.3% 낮은 수치지만 전분기보다 33.8% 증가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 좋을 것"
그럼에도 증권가는 여전히 실적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기업들의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내놓은 상장사들의 3·4분기 영업이익 전체 컨센서스는 이달 1일보다 -2.7% 하향됐다.
연간 실적 전망치도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4.8%, 내년은 6.0% 하향 조정됐다. 조 연구원은 "지금까지의 깜짝 실적은 실적 시즌 전부터 지속된 컨센서스 하향 덕분이었다. 3·4분기 수출과 소매판매 데이터로 추정하면 지금의 컨센서스도 고평가된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하향 조정을 점쳤다. 추가 하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실적 쇼크'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나쁘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심리지수 등 경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하는 등 추세적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4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던 무역수지는 연말에 다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의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만 내년이 더 좋다는 건 지나치게 희망적인 전망"이라며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사이클이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고 하지만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면 반등 폭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컨센서스 하향 폭이 작거나 상향세를 타는 업종에 선별적으로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대신증권은 컨센서스 하향 폭이 작았던 섹터로 필수소비재, 기계, 가전, 소프트웨어, 미디어, 소매·유통 등을 꼽았다.
컨센서스 하향 속에서도 상향세를 이어간 섹터로는 에너지, 건강관리, 자동차를 들었다. 대신증권은 △에너지 섹터에서 SK이노베이션, S-Oil, GS △건강관리 섹터 내에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자동차 섹터에서는 현대차, 금호타이어가 실적 상향을 견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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