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전 개시에 세계 곳곳 반이스라엘 시위 격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간) 하마스와의 전쟁이 ‘두번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지상전을 개시하자 유럽과 미국,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일부 도시에서는 다리가 폐쇄되기도 했고,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아랍 국가 정부들은 강한 목소리로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했다.
세계 곳곳서 시위…런던에선 10만명 집결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에 10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날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인도주의적 휴전 요구’ 결의안 투표에서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밝히며 기권표를 던진 것에 분노를 표출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집회가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과 시위대의 영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반영되며 더욱 긴장된 분위기 속에 열렸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총리 관저가 위치한 런던 다우닝가 인근에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지에서 시위대 수천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지지와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저녁 시위자 21명을 체포했으며 1350명에게 벌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전쟁이 프랑스 국내 정세의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부분 지역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금지했으나 시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 독일 베를린, 덴마크 코펜하겐, 이탈리아 로마, 스웨덴 스톡홀롬 등 유럽 주요 도시 곳곳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펼쳐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시위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과 브루클린 다리가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시위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펼쳐졌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대규모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주변에 모여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쳤으며,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시위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점령자”라며 “모든 국가는 자위권이 있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잔인한 학살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국제사회 우려 목소리 커져…아랍 정상들 “분노”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며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전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요르단이 주도한 이 결의안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총회에서 채택되는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는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안보리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부결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최근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적 휴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의 폭격이 발생하고, 피해가 커져 놀랐다”면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즉각적인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랍권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 반대에도 전면전을 향해 가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 대해 추가 폭격과 파괴로 응답했다”고 규탄했다. 아바스 수반은 아랍연맹에 긴급 정상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국제사회와 아랍 정상들이 ‘침략’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고조와 인도주의 위기 악화”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민간인들이 표적이 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지상 공격을 규탄한다며 “가자지구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이들을 더한 위험과 비인간적 환경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집트 외교부 역시 이스라엘이 유엔 총회의 결의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이스라엘이 전면적인 지상전에 나설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이 30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장관은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을 만나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