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의 준우승 후 우승에 눈물 쏟은 박현경 "내가 기회 못 잡는 선수인가 의심했다"

박현경이 2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라운드 3번 홀에서 그린으로 이동하고 있다. KLPGA 제공

“(우승 없이) 9번의 준우승만 하면서 ‘내가 기회를 못 잡는 선수인가’라는 의심이 들 때가 가장 힘들었다.”

통산 3승 후 2년반 동안 우승에 목말랐던 '큐티풀' 박현경(한국토지신탁)이 마침내 활짝 웃었다.

박현경은 2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최종일 연장전에서 이소영을 제치고 우승했다.

박현경과 이소영은 최종 라운드 합계 8언더파 280타로 마친 뒤 18번 홀(파4)에서 연장전을 벌였다.

두 번째 연장에서 박현경은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두 번 퍼트로 홀아웃하며 파를 기록한 반면 세컨 샷이 물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기록한 이소영을 제쳤다.

이번 시즌 첫 우승이자 2021년 5월 크리스 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 910일 만에 거둔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통산 3승을 따낸 뒤 그 동안 무려 9번이나 준우승에 그쳤던 박현경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박현경은 작년 8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이소영에게 당한 연장전 패배까지 되갚았다. 박현경은 또 작년 이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도 씻어냈다.

박현경은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 5위(8억3,867만원)로 올라섰다.

공동선두로 시작한 박현경은 막판까지 이소영과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16번 홀(파5) 버디로 1타차 단독 선두에 나섰지만, 이소영이 17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공동선두로 따라붙었다.

승부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갈리지 않아 둘은 결국 연장까지 벌였다. 박현경은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였고, 이소영은 4언더파 68타를 쳤다.

첫 연장전을 나란히 파로 비긴 뒤 두 번째 연장은 이소영이 티샷을 벙커로 보낸 데 이어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연못에 빠트리면서 싱겁게 끝났다.

경기 후 박현경은 "오랜만의 우승 인터뷰라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통산 3번째 우승 이후 9번의 준우승을 하며 '내가 기회를 못 잡는 선수인가'라는 의심이 들 때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쉽지 않은 순간에도 응원해준 많은 분들 덕에 이렇게 우승할 수 있게 됐다"고 감사함을 나타냈다.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뽑아낸 황정미가 3위(5언더파 283타)에 올랐다. 임진희, 방신실, 성유진, 이채은, 배소현 등 5명이 공동 4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상금랭킹 60위로 이 대회에 출전한 이채은은 상금랭킹 58위로 올라서면서 내년 시드 확보를 거의 굳혔다.

서귀포 =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