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 ‘준우승 9회 사슬’ 끊고 30개월 만에 우승 … 이소영 또 끊지 못한 ‘홀수 해 무승’ 징크스

2023. 10. 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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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박현경. <사진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두 가지 대표적인 징크스가 있었다. 박현경의 준우승 징크스와 이소영의 홀수 해 무승 징크스다.

박현경은 지난 2021년 5월2일 끝난 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째를 달성한 이래 30개월 가까이 준우승만 9차례를 기록하고 있었다. 또 투어 8년차 이소영은 신인일 때부터 짝수 해에는 꼭 우승을 했지만 홀수 해일 때는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징크스에 사로 잡혀 있었다.

2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끝난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일은 두 선수 간에 ‘징크스 깨기’ 싸움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지긋지긋하던 징크스를 깬 주인공은 박현경이었다.

박현경은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해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이소영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기록해 우승했다.

두 징크스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두 선수의 희비가 크게 갈렸던 때도 있었다. 지난 해 8월 열렸던 대유위니아·MBN여자오픈에서 두 선수가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이소영이 우승을 차지하고 박현경은 준우승에 머문 것이다.

박현경은 그 준우승 후 10월에 열린 SK네트웍스 ·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박현경에게 이번 우승은 그 두 아쉬움을 한꺼번에 푼 것이기도 했다.

이소영. <사진 KLPGA 제공>
두 선수가 연장까지 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10번 홀에서 박현경이 버디를 잡으면서 시작된 공동선두는 3개 홀을 남길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16번 홀(파5)에서 박현경이 3m 버디를 잡으며 단독선두로 치고 오르자 이번에는 17번 홀(파3)에서 이소영이 5m가 넘는 버디를 넣으면서 다시 공동선두가 됐다. 그리고 18번 홀(파4)에서 두 선수가 모두 파를 기록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원래 박현경은 준우승 보다는 우승과 인연이 깊던 선수였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열린 2020년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고 그해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21년 5월 2일 끝난 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에서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현경은 준우승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그 후 30개월 가까이 박현경은 우승 없이 준우승만 9번을 기록하는 지긋지긋한 ‘준우승 사슬’에 묶이게 됐고 이번에 마침내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박현경은 방송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웃는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소감을 밝히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박현경은 “그동안 9번 준우승을 하면서 내가 그렇게 기회를 잘 못 잡는 선수인가 하는 의심이 들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고 쉬운 순간은 없었지만 믿고 응원해 주신 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즌 11번째 톱10을 우승으로 장식한 박현경은 상금 1억 4400만원을 챙겨 시즌 상금을 8억 3867만원으로 늘렸다.

황정미가 단독3위(합계 5언더파 283타)에 올랐고 방신실, 성유진, 임진희, 이채은2, 배소현이 공동4위(합계 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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