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협력아카데미 만들어 공장 최적화·원가혁신 사례 나눈다
삼성전자가 상생 경영에 있어서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왔던 상생 추구와 정도(正道) 경영이라는 회사의 핵심 가치에 따라서 중소·중견기업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붓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속가능한 상생·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협력사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전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적 역량 개발 지원 등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했다"며 "1차를 거쳐 2·3차 협력사까지 골고루 퍼지는 상생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기업 간 경쟁에서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중소·중견 협력사와 상생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거래 관계가 없더라도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력뿐 아니라 자금·기술·혁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해 9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진행하는 2021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11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국내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협력회사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경영환경 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협력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자금 지원 △기술·제조 혁신 △인력 양성 △혁신 등 4대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해왔다.
2005년에도 국내 최초라는 기록을 다시 한번 세웠다. 협력사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며 국내 기업의 거래대금 지급 문화 개선에 앞장선 것이다. 2017년에는 1·2차 협력사 간 거래대금을 지원하기 위해 5000억원대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3차 협력사 전용 물대지원펀드를 3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를 통해 협력사 간 거래대금이 30일 이내에 현금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무이자 대출이 이뤄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거래대금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최저임금 인상분도 납품단가에 반영해 협력사와 상생을 이어 나가고 있다. 2010년부터 1조4000억원대 상생펀드를 조성한 것이 대표 사례다. 해당 펀드를 통해 협력사의 기술 개발과 설비투자 자금 등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있다. 특히 반도체 협력사에 대해선 2010년부터 누적으로 6000억원 이상의 인센티브도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상생협력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중소·중견기업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제조·품질·개발·구매 등 분야별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아카데미 컨설팅센터에서 협력사 개선을 지원한 것이다. 불량품 개선뿐 아니라 공장 운영 최적화, 원가 혁신 사례 등을 협력사에 공유해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은 협력사는 52개에 달한다.
특허 무상 이전을 비롯해 기술개발도 돕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소개하는 기술설명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특허를 개방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가 무상 이전한 특허는 2100여 건이다.
2013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투자형 기술개발사업 기금을 출연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2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신규 펀드 300억원을 추가 조성했다. 5년간 차세대 기술과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기술 확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협력회사의 교육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2013년에 개설된 상생협력아카데미 교육센터를 통해 협력사 인재 육성을 돕고 있다. 아카데미 교육센터에선 올해부터 온실가스 감축, 공급망 실사법 대응, 공정거래 정책 등 ESG경영 22개 과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또 다른 상생·협력 사례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 데이터기술을 활용해 중소기업 제조 현장을 지능형 공장으로 고도화하는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별 기업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와 스마트공장 수혜 기업이 손잡고 지자체별로 진행하는 자생적 지역 스마트공장 생태계 확산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사업에 3년간 300억원을 투자해 600개 기업을 도울 계획이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졌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8년간 스마트공장 사업을 진행하며 중소기업 3000여 곳의 혁신을 도왔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직후에 수혜 기업이었던 동아플레이팅을 찾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며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사업은 개별 기업 성장은 물론 국가적 위기 극복에도 기여해왔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물품이 부족했을 때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해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비롯해 PCR 진단키트, LDS 주사기, 자가진단키트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 생산성 향상에 어려움을 겪자 삼성전자가 직접 나섰던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방역물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해준 바 있다.
이 같은 상생경영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중소기업은 다른 기업과 비교해 2017~2020년 평균적으로 매출 23.7%, 고용 26%, 연구개발(R&D) 투자 36.8% 등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비데 전문기업 에이스라이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스마트공장 사업 지원을 받게 됐다. 코로나19 기간에만 수주 물량이 월 3만2000대까지 치솟았지만 기존 생산능력이 월 2만대에 그쳤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특정 라인에 지나치게 제품 생산이 몰렸던 점을 지적했다. 삼성전자 지원으로 불균형 공정을 개선하고 자동화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에이스라이프는 생산능력을 월 4만200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수주 물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린 것이다.
전남 여수의 식품기업 쿠키아도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았다. 기존 공장의 설비 불량으로 연평균 1억5000만원 상당의 두부과자 폐기물이 발생하고 납기 지연으로 고객 불만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삼성전자 지원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
우선 삼성전자는 제조현장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최적 온도에서 두부과자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쿠키아 연 매출은 2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스마트공장이 구축되기 전이었던 2016년에는 3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 8배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에 임직원 수도 10명에서 25명으로 늘었고, 기존 공장보다 2배 큰 신공장도 지으면서 퀀텀 점프의 발판을 마련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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