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혁신 좌담회] 터치교사단 “AI가 보조·교사는 학생에 몰입하는 교육 현장 꿈꾼다”
교육부는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2025년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의 핵심적인 정책이 될 AI 디지털교과서의 현장 안착을 위해 교육부는 395명의 선도교사단인 '터치(T.O.U.C.H : Teachers whO Upgrade Class with High-tech)교사단' 을 선발해 지난 여름방학 기간 집중 연수를 실시했다.
터치교사단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한 정책에 참여하고, 교육부 및 교육청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전자신문과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교육 현장의 디지털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터치교사단과의 좌담회를 공동으로 개최해, 기술이 만들어낼 교실 현장의 변화를 그려봤다.
[참석자(가나다 순)]
△이상근 서울 경희여자중학교 교사
△이서영 경기 솔터초등학교 교사
△이슬기 경기 은여울초등학교 교사
△임종택 대구 매동초등학교 교사
△사회=문보경 전자신문 정치정책부 차장
◇사회(문보경 전자신문 정치정책부 차장)=학교 현장의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을 계기로 에듀테크 도입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터치교사단은 에듀테크를 학교 현장에 도입하고 안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선발대'다.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터치교사단이 되기로 마음먹었는지 궁금하다.
◇이상근(서울 경희여중 교사)=코로나19의 확산을 계기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학교에서도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됐다. 플랫폼이 있으니 학생들의 활동 데이터가 보이고 학습 현황과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은 여러가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추진 중인 AI 디지털교과서가 공교육의 플랫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터치교사단이 되면 AI 디지털교과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플랫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터치교사단이 된 후 지원을 많이 받아서 수학 플랫폼도 도입했다.
◇임종택(대구 매동초 교사)=15년 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했고 초창기 연구학교에 참여했었다. AI를 비롯해 챗GPT 붐 등을 보면서 AI 디지털교과서가 어떻게 도입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선도학교 운영으로 관심을 가진 교사분들도 많았고,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터치교사단에 지원했다.
특히 학교 현장은 지금이 제일 바쁜 시기이고 코스웨어를 알아가는 단계다. 터치교사단을 중심으로 영상자료 등 활용사례를 제작하고 코스웨어를 익히기 위한 활용사례 보급을 준비하고 있다.
◇이슬기(경기 은여울초 교사)=코로나19로 미래교육이 갑자기 앞당겨졌다. 입학식도 미뤄지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화상회의를 교실에 도입했다. 처음에는 붐 처럼 끝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에듀테크가 학교에서 나가지 않을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다양한 수업들이 나오는 와중에 2월에 교육부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방안이 나오면서 확실한 방향성이 잡혔다.
지식샘터가 주축이 돼 에듀테크를 어떻게 수업에 활용하고 있는지 연수를 진행해줬고, 시도교육청에서 수업사례와 질의응답 자료를 만들고 있다. 내년에는 기존의 터치교사단에 더해 1년의 계획을 짤 수 있어 '계단식'으로 AI 활용 실력이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서영(경기 솔터초 교사)= 디지털교과서에 공공 플랫폼을 얹으려고 노력해왔는데, 코로나19로 억지로나마 익혔던 에듀테크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학생 맞춤형 실현을 위한 인공지능(AI) 코스웨어가 많이 나왔는데 이것이 디지털교과서로 합쳐지면 찰떡궁합이겠구나 생각했다. 서책은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지만 디지털교과서는 기기만 있으면 학생들이 로그인만으로 집이든 학교에서든 공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다만 디지털 기기를 관리하고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는 예산이 필요하다.
터치교사단이 되면 이런 부분에서 지원을 받고, 다양한 교사들과의 네트워킹, 이론적인 부분들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회=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학교 현장의 에듀테크 활용과 확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디지털교과서를 비롯한 에듀테크 도입의 궁극적 목표는 '하이터치'다. AI에 데이터가 쌓이면 선생님들은 진도를 나가는 데 급급하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지금도 다양한 AI코스웨어를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학생들과 더 가까워지고 소통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나.
◇이상근=하이터치에 대한 고민은 연수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터치교사에 지원한 선생님들은 에듀테크를 잘 안다. 오히려 선생님들에게 부족한 부분은 쌓여가는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학생들에게 다가갈 것인지다. 흐름은 보이고 이 학생은 학습적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교사의 역할 변화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AI가 보조교사의 역할을 해주고 다양한 자료를 제공해주는데 아이들에게 해결하자고 다가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학교에서 영어 소설 한 권 읽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영어선생님들이 읽을 분량을 나눠서 AI코스웨어를 통해 배분해주면 학생이 어떤 속도로 읽는지, 발음이 잘못됐는지를 분석해준다. 개별적인 학생의 영어 실력을 하나하나 파악하기 어려운데 AI가 데이터를 분석해주니까 어려워하는 학생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데이터가 모이면 학생들의 흐름이 입체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데이터를 읽으면 아이들을 세심하게 케어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에 익숙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직접 얘기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학교에서 쓰는 플랫폼에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이 있는데 한 친구가 우울한 곡선을 그리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귀여운 기능 정도로 생각했는데 일상생활에서 매일 만나고 인사하더라도 알 수 없는 감정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토대로 상담을 하면 가정에서의 문제, 학교폭력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택=AI로 맞춤형 학습을 하면 학생들의 수준이 다 보이고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성취감을, 수업을 어려워 하는 학생에게는 어떤 게 어려운지를 물어볼 수 있다. 학생들과 한 번이라도 더 소통이 이뤄지면 학생들도 선생님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나오면 교사의 역할이 변할거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학생 개개인을 개별적으로 지켜보고 인성적인 부분을 더 관심있게 지켜볼 수 있게 된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이전 학년도에서 이미 수업을 놓쳐 점점 학교에 흥미를 잃어가는 학생에겐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준별 학습을 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재미를 느끼면 학교 자체도 좋아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이슬기=이제는 예전 산업화 시대에서 필요했던 단순한 일꾼을 만드는 교육은 필요 없다.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 수 있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학생들 개개인을 '꺼내는' 교육으로 트렌드가 넘어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개개인이 모두 살아있는 수업을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교육의 본질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이들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해야 하는 건 고도화된 작업이다. 제가 있는 학교는 과밀학급으로 한 반에 30명의 아이들이 있다. AI의 도움을 받으면 선생님은 좀 덜 힘들고 아이들에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사회=에듀테크 도입의 필요성을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터치교사단처럼 앞장서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기술에 어려움을 느끼는 동료 교사들도 있을 것 같다.
◇이서영=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무조건 싫다'는 건 아니다. 에듀테크로 수업을 하기 위해 학생들의 계정을 세팅을 하고 필요한 도구들을 넣는 과정에서 IT관리업자처럼 되는 것을 낯설어하시는 거다.
재직 중인 학교에 에듀테크 활용을 위한 디지털 기기가 800대 있는데 초반에 학생들을 위해 계정을 다 만들고 필요한 도구를 북마크해 나눠줬다. 교육청에서 이런 사전작업 지원이 더 이뤄지길 바란다. 또한 교사 역량 강화도 교수학습에 맞춰져 있는데 AI 활용이 선생님들의 업무를 덜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역량 강화도 이뤄지면 좋겠다. 업무 관련 AI 활용이나 에듀테크 활용이 늘어나면 선생님들이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슬기=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에듀테크 도입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없어진 상태다. 선생님들도 배우려고 하시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선생님들이 에듀테크 관련 역량을 공유하는 '지식샘터'라는 플랫폼이 있다. 초반에는 에듀테크의 기능을 익히기 위한 강좌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활용사례가 중심이다. 수업에서 에듀테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설명해주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임종택=에듀테크의 필요성은 공감하신다. 문제풀이 후 채점을 하다보면 수업이 다 끝나는데 AI는 이런 업무들을 처리해주니까 관심을 가지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에듀테크에 관심이 없던 선생님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단계로 보인다. 모든 학생들에게 다 발표를 시킬 수 없는데 플랫폼을 이용해 댓글을 달아달라고 하면 시간 소요도 줄고 수업을 어떻게 들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좋아하시기도 한다.
◇이상근=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연수를 요청하는 선생님들도 계신다. 슬쩍 와서 '나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물어보시기도 한다. 우리 학교는 1인 1디바이스 사업을 올해 완성해서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수업에 사용하는 상황이 됐고, 선생님들도 조금 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고 인식하신다. 예전에 전자칠판을 도입할 때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선생님들도 이제는 기본 기능들은 다 사용하신다. 에듀테크의 도입도 그런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사회=AI 디지털교과서는 개발 단계에 있다. 어떤 기능들이 구현될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장에서 에듀테크를 직접 활용하는 입장에서 느끼기에 어떤 기능들이 AI 디지털교과서에 반영되면 좋을까.
◇이서영=시중의 AI코스웨어는 사교육에 맞춰져 있고 문제풀이 위주라서 학생 개인이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잡아내는 건 어렵다. 유의미한 분석을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다른 에듀테크 도구들을 사용해 수업을 설계해야 하므로 불편한 부분이 있다. 각종 AI코스웨어를 기반으로 다른 도구를 집어넣어 수업을 설계하기 때문에 비용도 두 배로 든다. AI 디지털교과서에는 AI코스웨어 기능과 함께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들이 포함되면 좋겠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목적은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서 맞춤형 피드백 수준별 과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나의 학습관리플랫폼에서 학생 데이터를 분석하고, 에듀테크 저작도구가 구현되려면 '원패스' 기능이 중요하다. 나이스(NEIS)와 연동해 학생들이 자기가 쌓아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능동형 학습이 가능해진다.
◇이상근=지금 가르치고 있는 정보·코딩 수업은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가 필요한데 잘 정제된 데이터를 찾기가 어렵다.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모여있고 이를 분석할 도구들도 주어지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다. 데이터 기반으로 수업할 수 있는 기능들이 들어오면 좋겠다.
또한 시뮬레이션 기능도 진일보한 형태로 반영될 수 있다.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등의 기술도 하드웨어의 발달로 가상과 현실을 섞는 기능이 구현되기 시작했으니 이런 트렌드를 담아주면 좋겠다.
※공동기획 : 한국교육개발원·전자신문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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