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안에 자문위원 13명中 1명만 찬성...“F학점도 과분하다’”
“내용없는 무책임한 개혁안”...절반은 ‘묵묵부답’
전병목 “여소야대 속 향후 타협 가능”
29일 매일경제가 계산위 소속 민간위원 13명에게 정부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대해 문의한 결과, 답변자 대부분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등 모수개혁 논의가 빠진 무책임한 방안이라고 답했다. 6명은 서면과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냈고, 김용하 위원장(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을 포함한 7명은 답변하지 않았다.
계산위 안팎에선 정부가 이 시나리오중 일부를 채택한 모수개혁 방안을 낼 것으로 봤다. 그러나 발표된 정부안엔 모수개혁이 누락돼 ‘반쪽짜리’ 개혁안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계산위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하 위원)은 “종합운영계획은 장기 재정균형을 도모해야 하는데 이번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재정안정화 방안이 없다”며 “어느 정부때보다 연금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준행 위원은 “정부가 계산위 시나리오중 선택을 해야하는데 (여론)눈치를 보고 국회와 서로 결정을 미루는게 문제”라며 “개혁이 또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석명 위원은 “누군가는 C학점을 줬다는데 F학점도 넘치는 수준”이라며 “위원들이 모두 동의한 최소 12% 이상의 보험료율(현행 9%) 인상은 포함됐어야 했다”고 했다. 막판에 위원회를 탈퇴한 남찬섭 전 위원은 “개혁 핵심인 모수개혁은 없고 곁가지만 건드렸다”며 “(정부안은)구체적인 계획이 아무것도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A위원은 “계산위의 목표는 계산기간(2093년)까지의 기금고갈을 막는 재정안정”이었다며 “보험료율 최소 15% 상향이 기금고갈 마지노선이란 점이 보고서에 담긴 만큼 반영됐어야 했다”고 답했다. 계산위는 재정안정 시나리오 18개, 소득보장 시나리오 6개 등 총 24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이중 2093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기 위해선 보험료율 15~18% 인상, 수급개시연령 상향, 기금운용수익률 제고 등을 조합한 5개 뿐이었다. 김용하 위원장도 앞서 기자설명회에서 보험료율 15% 인상, 수급연령 68세 상향, 기금운용수익률 1%포인트 상향 등 조합을 제안한 바 있다.
반면 전병목 위원은 정부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었다고 봤다. 그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재정안정)과 소득보장 관점의 대립, 최종 의사결정권을 지닌 국회의 여소야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구체적 모수개혁보다 향후 타협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내놓은 ‘연령별 보험료 인상속도 차등화’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부는 향후 보험료율 인상시 젊은 세대의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늦춰 부담을 덜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남 전 위원은 “세대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방안”이라며 “보험료 부담을 차등화한다면 나이가 아닌 소득·계층에 따른 구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득층이 더욱 부담하는 보험료 상한을 끌어올지는 않고 계산위에서 한 번도 논의가 안된 ‘연령별 차등화’를 추진하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저소득 지역가입자도 농어민처럼 보험료를 최대 50%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 위원은 “도시지역 가입자 지원이 신설된 것은 유의미하다”면서도 “저소득층 대상 범위가 너무 좁고 지원기간도 짧다”고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금운용수익률 제고 노력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A위원은 “선진국들은 연금 기금의 투자수익으로 지급 연금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쌓여있는 적립금으로만 지급한다는 오해가 있다”며 수익률 제고가 중요 과제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국회에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개혁 논의가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 역시 “수익률 제고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국민연금보다 연평균 1~2%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내는 선진국 연기금과 같은 투자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남 위원은 “연금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위해선 단순히 보험료율 인상만을 주장할 것인 아닌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한 노후보장을 동시에 제안해야 한다”고 개혁동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논의에 앞서 명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 위원은 “연금 고갈시 보험료가 아닌 정부지원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미래 세대의 부담이란 점에서 유사하고 미래 정부의 부담을 도외시한 방안”이라며 “세대별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객관적 정보와 보험료율 상향을 제시할 때 현정부 지원 증가의 타당성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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