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윤 대통령 이해에 맞춘 혁신안으로 롱런할수 있을까

조미덥 기자 2023. 10. 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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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변화는 피해가는 혁신안’ 지적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혁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혁신의 첫 그림을 내놨다. 골자는 이준석 전 대표 징계 해제를 통한 비주류 끌어안기와 영남 중진의 험지 출마를 통한 인적 쇄신이다.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선 혁신위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대통령에 종속적인 당의 변화도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대통령의 이해에 부합하는 혁신안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지난 27일 첫 회의와 인 위원장의 잇따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초기 혁신안의 골격을 보여줬다. 혁신위는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푸는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정했다. 인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통합’의 일환이다. ‘내부총질하는 이준석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친윤석열계의 입장을 포용으로 선회하도록 계기를 마련해준 측면이 있다.

인 위원장은 또 언론 인터뷰에서 “영남의 스타는 서울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며 “영남은 쉽게 되니까 세대교체도 좀 하고”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 “계백 장군처럼 희망 없는 곳에서 안 되더라도 싸워봐야 한다”며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을 지목했다.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했던 과거 자신의 발언을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됐다.

두 혁신안은 모두 윤 대통령의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소위 ‘체리따봉’ 문자메시지로 이 전 대표 징계·축출의 계기를 만들었는데, 혁신위가 추진하는 징계 해제는 징계의 정당성을 전제하면서 시혜적으로 사면을 베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인사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대사면’에 대해 “당사자들이 (탈당 등) 딴 생각을 하는 것에 명분을 없애버린 것 아닌가”라며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밝혔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지난 28일 MBC 라디오에 나와 “지금 대통령이 어떻게 하시느냐에 모든 집중이 돼 있는데 혁신위가 그것 빼놓고 다 하겠다는 것”이라며 “혁신위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혁신의 본질은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 총사퇴하고 새판을 짜야 하는데 고만고만한 니들끼리 이 난국돌파가 가능하겠나”고 적었다. 혁신위의 일성이 현 지도부 사퇴가 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글에선 “내년에 국민들이 심판할테니 총선 때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혁신위가) ‘사면’ 운운하며 주접떠는 바람에 성질이 폭발했다”고 밝혔다.

영남 중진의 험지 출마론은 인적 쇄신을 가능하게 하지만 윤 대통령이 선호하는 인사로 당을 물갈이하도록 길을 터주는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비윤석열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런 지적을 하면서 “혁신위를 이용해서, 영남에 대통령실·검사 출신 공천하는 걸 개혁이고 혁신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국민 눈을 속이는 야바위의 밑장빼기”라고 비판했다. 중진 의원들의 버티기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발표했다가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불발되면서 실패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인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은 이날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도대회에 참석하고, 오는 29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등 통합 행보를 이어간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차원의 추모식 참석을 이끌었어야 하는데, 혁신위만 참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곧 당 총선기획단이 출범하면 총선 공천에 대한 주도권마저 상실해 혁신위가 존재의 위기를 겪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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