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용의 홍키자 빅테크] 골드러시때 청바지 히트쳤듯이 … 챗GPT시대 날개단 'GPU'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10. 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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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시장 석권한 엔비디아
"AI 올인할것" 일찌감치 선언
딥러닝 기술 구현 핵심인데
고성능 D램인 HBM이 필수
인텔 아성인 CPU 진출 밝혀
세계 IT 기업 지각변동 주목

◆ 매경 포커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골드러시에는 금맥을 찾지 말고 청바지를 팔아라." 1848년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됐습니다. 금을 직접 캘 수 있다는 생각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금을 찾아 몰려들었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실제로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청바지 장사를 한 '리바이스 형제'와 송금업자들이 떼돈을 벌었죠. 금을 캐는 작업이 험한 일이다 보니 바지가 찢어지기 일쑤였는데, 쉽게 해지지 않는 청바지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브랜드 리바이스의 리바이스 형제였습니다. 금을 캔 사람들에게 금을 싼값에 사들이고, 이들이 받은 돈을 다시 고향으로 보내주는 송금업자들도 한몫 챙겼습니다. 올해 글로벌 테크 이슈를 주도한 단 하나의 단어를 꼽으면 단연 '챗GPT'일 겁니다. 챗GPT라는 금광의 시대에 돈을 벌고 있는 청바지 회사는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GPU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독점 기업입니다.

GPU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의 두뇌 역할을 합니다. 대화형(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에는 1만개가 넘는 엔비디아 GPU 'A100' 모델이 활용됐습니다. 2016년 이세돌과 대국을 벌여 4승1패를 기록했던 알파고의 딥러닝 기술도 GPU로 구현됐습니다. 당시 알파고에는 중앙처리장치(CPU) 1920개와 GPU 280개가 사용됐죠. 당시엔 놀라웠던 기술력이지만, 지금 챗GPT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몇 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대화형 AI인 챗GPT가 인간처럼 판단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영역을 미리 학습해야 합니다. 검색 엔진의 결과와 논문, 뉴스 등 기록물을 읽어들이려고 할 겁니다. 그때 GPU가 기술적으로 이를 서포트합니다. 고도화된 연산을 진행하면서도 발열을 버티는 칩이 필요하죠. 쉽게 말해 AI가 우리가 묻는 말에 좀 더 척척 대답을 잘하게 만들려면 더 많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이때 엔비디아의 GPU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가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입니다. 고성능 D램인 HBM 시장은 이제 막 개화했는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엔비디아에 4세대 HBM3를 독점 공급하며 시장점유율을 키워왔죠. 지난 9월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를 뒤쫓으며 엔비디아와 HBM3 공급 합의를 맺긴 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가상화폐 채굴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가 활용되면서 2015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이후 2018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픽카드용 반도체에서 AI 시대를 맞아 비메모리 반도체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이었죠. 그는 당시 '컴퓨팅의 미래'란 주제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AI와 딥러닝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우리는 딥러닝에 올인하고 있다. 딥러닝에 사용되는 GPU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I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려면 칩 성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올해 챗GPT 열풍에 올라탄 엔비디아를 단순한 GPU 회사로만 보면 안 됩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한데,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도 엔비디아의 GPU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엔비디아는 PC용 CPU 칩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과 손잡고 202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PC용 CPU를 공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CPU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인텔은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엔비디아의 CPU 시장 진출에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GPU 시장 석권에 이어 CPU 시장 재편도 시작될 테니까요.

명심할 건 딱 하나입니다. 골드러시 때는 청바지를 파는 사람이 돈을 법니다.

홍성용 기자는 '네이버vs카카오' '메타버스3.0' 등을 집필하며 국내외 대표 플랫폼 기업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의 숨은 뒷얘기를 파헤친 '홍키자의 빅테크' 시리즈도 격주 연재합니다. '돈 버는 테크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구독하세요.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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