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1월 정상회담 개최 “원칙적 합의”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미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는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팀이 이틀간 회담을 통해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은 그동안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두 정상이 만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중국 외교부도 28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왕 부장이 정상회담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 목적은 미국과 소통하고 양국 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왕 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양국은 경쟁 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는 왕 부장의 방미 기간 동안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양국 간 조율이 상당 수준 진척됐음을 보여준다. 지난 26일 방미한 왕 부장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연달아 회동하며 정상회담 의제와 접근 방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시 주석의 방미를 염두에 두고 샌프란시스코 호텔 예약을 마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지난 2017년 4월 이후 6년 만이다.
그러나 회담 개최를 놓고 양국이 막판까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WSJ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왕 부장의 이번 방미가 미·중 정상회담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중국은 APEC 정상회의까지 약 3주 남은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시 주석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초 반도체 수출통제를 확대하자 중국은 ‘경제적 봉쇄’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왕 부장도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싱크탱크 애스펀 인스티튜트 주최 대담에 참석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도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며 자율주행에 맡겨둘 수도 없다”고 말했다. 회담 확정 전까지 변수가 남아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왕 부장은 이어 “양측은 ‘발리로의 복귀’를 확실하게 해야 하고, 양국 정상의 공동인식(컨센서스)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양국 정상이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회담 논의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를 ‘발리 회담 정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신냉전과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고, 동맹 강화를 통해 반(反)중국을 추구하지 않는 등의 이른바 ‘5불(不)’이 포함된다. 중국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를 하고도 ‘행동’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왕 주임의 이날 발언은 안보 우려 해소 등 중국의 ‘요구사항’을 다시금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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