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알고보니 `표정부자`였네…"280가지 표정으로 감정 표현"

안경애 2023. 10. 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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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알고 보니 300가지 가까운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 부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간과 1만년 가까이 함께 살아오면서 '공진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고양이 애호가인 캔자스대학 의대생 로렌 스콧씨와 리옹대학의 진화심리학자 브리트니 플로키비츠 박사는 고양이가 276가지의 표정으로 감정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행동과정(Behavioural Processes)' 18일자(현지시간)에 실었다.

스콧은 UCLA(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던 2021년, 학교에서 가까운 캣카페 라운지에서 접한 고양이의 표정을 연구했다. 그해 8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고양이들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고양이들의 표정, 특히 다른 고양이를 보면서 짓는 표정을 194분 분량으로 녹화했다. 그 후 플로키비츠 박사와 함께 호흡, 씹기, 하품 등과 관련된 움직임을 제외한 모든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결과는 혼자 있기 좋아하고 다소 차가운 성향으로 알려진 고양이가 실제로는 어떤 동물보다 사회적 교감을 나누고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면서 입술을 핥고 있고, 맞은편의 고양이가 눈을 부릅뜨고 코에 주름을 잡으며 수염을 뒤로 당긴다면 이들은 싸움을 벌이기 직전이다. 고양이들은 이밖에도 적대적이거나 우호적인 의도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276가지 표정을 짓는다.

이는 침팬지가 만들어내는 357가지의 표정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으로, 고양이가 지을 것으로 여겨졌던 것보다 훨씬 많은 종류다. 각 표정은 입술 벌리기, 턱 내리기, 동공 확장·축소, 눈 깜박임 및 반 깜박임, 입꼬리 당기기, 코 핥기, 수염 내밀기 또는 오므리기, 다양한 귀 위치 등 26개의 독특한 얼굴 동작 중 약 4가지가 결합돼 만들어진다. 이와 비교하면 인간은 44가지의 고유한 얼굴 움직임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조합돼서 얼마나 많은 종류의 표정을 짓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플로르키에비츠 박사는 밝혔다. 개는 27개의 얼굴 동작을 갖고 있지만 역시 총 표정의 종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은 고양이의 표정 대부분이 뚜렷하게 친근하거나(45%) 뚜렷하게 공격적인(37%) 표정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나머지 18%는 양쪽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 모호한 표정이었다.

플로르키에비츠 박사는 그러나 고양이들이 이러한 표정으로 서로에게 정확히 어떤 의사나 감정을 전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고양이는 우호적인 표정을 띨 때는 귀와 수염을 다른 고양이 쪽으로 움직이고, 비우호적인 상황에서는 상대방에서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상대를 경계하거나 적대시하는 경우 동공이 수축하고 입술을 핥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고양이들이 인간과 1만 년의 역사를 함께하면서 비웃음, 미소, 찡그린 표정 등을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집고양이의 직계 조상인 아프리카 살쾡이를 비롯한 유사한 종들이 사회적 공감과 교류가 극히 적은 고독한 동물인 만큼 집고양이들이 표정을 배운 것은 사람과 함께 한 세월의 결과일 수 있다고 짚었다.

플로르키에비츠 박사는 "집고양이의 후손들은 인간의 저녁 식사 후 남은 음식을 기다리기 위해 모일 때 친근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링컨대학의 수의행동학자 다니엘 밀스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고양이를 비사회적인 종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지만 새로운 연구에서 묘사된 표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흥미롭게도 고양이의 친근한 표정 중 일부는 사람, 개, 원숭이 및 기타 동물의 표정과 비슷하다"면서 "이는 이들 종들이 '공통된 놀이 얼굴'을 공유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구엘프대학의 행동생물학자인 조지아 메이슨은 "이 연구는 매우 인상적"이라면서 "고양이 주인이 반려동물의 미묘한 신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을 설계하는 데 활용됨으로써 고양이와 인간의 유대감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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