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통신 차단 "뉴스의 정전" "이스라엘 잔학행위 은폐"

김예리 기자 2023. 10. 29. 15: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습으로 전화·인터넷 전면 차단, 언론인보호위원회 입장문
미·이스라엘, 현장 보도 압박·사상자 통계 부인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으로 전화와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통신을 차단하면서 현장 사상자 현황을 전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을 차단한 뒤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 작전이 이어지면 대규모 사상자를 은폐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자왈>은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의 연이은 폭격으로 가자지구의 전화와 모바일, 인터넷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고 밝혔다. 자왈은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며, 현지시각 기준 29일 오전부터 일부 인터넷 통신이 가능해진 상태다.

▲언론인보호위원회 홈페이지

이 기간 동안 가자 상공에는 대형 폭발이 연이어 발생했으며, 가자지구 북부가 연이어 공습과 포격을 당했다. 외신들은 특히 주민들이 사는 마을과 주택 수십 곳이 있는 자발리아 난민캠프 부근에 공습이 집중됐다고 밝혔다. 알 자지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매 시간마다 50명 넘는 팔레스타인이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 두절로 인해 인권단체와 국제기구, 언론사들은 이 기간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사상자 수와 지상 전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28일 이스라엘의 통신 차단에 입장문을 내고 “통신 정전은 곧 뉴스 정전”이라며 “이는 독립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의 공백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CPJ는 이 공백이 “치명적인 선전, 허위정보로 채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PJ는 “치명적인 인명피해 수치는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을 포함한 지역에서 괴롭힘, 구금, 보도 방해와 결합되어 있다”며 “언론인이 뉴스를 수집하고 목격자 증언을 확보할 역량이 점점 제한되면서 대중이 이 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이해할 능력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유엔(UN)도 “최근 24시간 동안 통신 두절로 인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적 지원 전달이 완전히 중단됐다”며 “사람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가자지구 내 활동가들과 통신 두절로 인해 “인권 침해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데보라 브라운 선임기술·인권 연구원은 알 자지라에 “정전이 대규모 잔학 행위를 은폐하고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내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 카타르에 '알자지라 어조 낮추라'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이 현장 상황에 대한 보도를 압박하거나 사상자 보고를 부인하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0일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방송사를 폐쇄하도록 하는 '긴급 규제'를 승인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카타르 총리에게 카타르 국영방송인 알 자지라 보도의 “표현 수위를 낮추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알 자지라는 가자지구에서 실시간 스탠드업으로 보도하는 유일한 방송사다.

▲언론인보호위원회 홈페이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가자지구의 공식 사망자 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팔레스타인에서 숨진 6700명 희생자들의 이름과 나이, 성별, 신분증 번호를 밝힌 명단을 발표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오마르 샤키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장은 보건부의 사망자 수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으며 미국 정부부처도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밝힌 데이터를 의심 없이 인용해왔다고 반박했다. 샤키르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두고 “잘못된 정보의 '안개'를 만들어 대규모 잔학 행위가 발생할 수 있도록 정치적 엄폐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FP에 따르면 가자 보건부는 29일(현지시간), 지난 7일 전쟁이 시작한 이래 팔레스타인에서 사망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CPJ는 지난 7일부터 28일까지 최소 29명의 언론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CPJ는 “최근 3주는 단체가 기록을 시작한 이래 분쟁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시기”라고 했다.

지난 25일엔 알 자지라의 가자지국장인 와엘 다두의 일가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 알 자지라와 뉴욕타임즈 등 보도에 따르면 다두 지국장의 아내, 아들, 딸, 손주의 사망이 확인됐고, 다른 가족은 실종된 상태로 공습 잔해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두 지국장은 가족 사망을 확인하고 나오는 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다. 이것은 어린이와 여성, 민간인에 대한 표적 공격”이라며 “이곳은 점령군이 '안전하다'고 말했던 지역”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