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조원 굴리는 실리콘밸리 VC "딥테크·공급망 강한 한국 시장 회복탄력성에 강점"
"위기서 글로벌 회복탄력성 높고
亞국가 중 민주주의·역동성 활발
국방·식량·기술기업 등 투자 주목"
"韓, 스타트업 생태계 키우려면
재투자·멘토링 시스템 구축 중요"
“한국은 지정학적인 특징으로 인해 글로벌 회복 탄력성(global resilience)에 큰 무게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공급망·국방·딥테크 등 분야에서 강점이 있고 이들 분야에 매력이 있는 만큼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도 뛰어납니다.”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로 꼽히는 제너럴캐털리스트(GC)를 이끄는 헤만트 타네자 최고경영자(CEO) 겸 매니징디렉터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민주주의와 역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위기 시대의 핵심 요소인 글로벌 회복 탄력성을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가 설명하는 회복 탄력성에는 국방·정보·공급망·식량·기후 문제 등에 대처하는 핵심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 투자 업계에 따르면 타네자 CEO는 다음 달 초 우리나라를 찾아 국내 투자 업계를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진행할 방침이다.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소셜미디어 스냅, 식품 배송 스타트업 인스타카트 등 글로벌 기업들을 키운 제너럴캐털리스트가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례적인 신호다. 지정학적인 갈등으로 중국이 빠진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탓이다. GC는 총 운용자산(AUM)이 올해 6월 말 기준 250억 달러(약 34조원)를 넘어섰다. VC를 평가할 때 AUM 규모가 양이라면 주도적으로 딜을 이끄는 리드 투자 성과는 질에 해당된다. GC는 타네자 CEO가 2021년 수장이 된 후 투자 혹한기에도 적극적으로 리드 투자를 진행하면서 올 1분기에는 크런치베이스가 선정한 가장 활발한 리드 투자 성과를 보인 VC로 실리콘밸리 전설의 VC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와 함께 나란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타네자 CEO가 다른 VC 투자자들과 달랐던 점은 공동 창업에 버금갈 정도의 장기 투자 안목이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공동 창업한 헬스케어 기업도 커뮤어(헬스케어 인프라 시스템), 리봉고(당뇨 치료) 등 여러 곳이다. 그중 만성 당뇨 질환자들의 치료를 돕는 리봉고(Livongo)는 원격 진료 업체 텔레독에 185억 달러(약 25조 원)에 인수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사례로 기록됐다.
그는 “기업가치를 절정에서 팔았기 때문에 재무적으로는 뛰어난 성과였지만 다른 면에서는 실패였다”며 “당시에 리봉고가 서비스한 환자 규모는 50만 명에 그쳤다. 만약 더 긴 시야를 갖고 서비스했다면 미국 내 3500만 명에 달하는 당뇨 환자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서비스로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최대한의 임팩트를 낼 수 있도록 스케일업을 하고 생태계 내에서 진짜 진전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개인과 회사의 미션으로 삼는 것은 고장 난 미국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다. 그는 “저렴하고 문턱이 낮으며 사후약방문이 아닌 선제적 치료로 나아가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단순히 포인트 솔루션을 제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헬스케어 전반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 생태계의 일환으로 투자한 헬스케어 기업만 100곳이 넘는다. 타네자 CEO는 “다음 10년이 오기 전에 헬스케어 시스템이 좀 더 실효성 있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바뀔 것”이라며 “이미 20개 이상의 대형 병원과도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8년 그는 ‘언스케일드(Unscaled)’라는 저서를 통해 “앞으로의 산업은 스케일을 키워 대량 마진을 남기는 게 아니라 탈규모화를 통해 소비자 개개인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직접판매(D2C) 기업 와비파커 등의 성장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의 경향을 묻자 “대규모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탈규모는 더 빨라지고 있다”며 “개개인의 요구를 맞추는 초개인화 시대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VC의 주요 역량 중 하나로 꼽히는 기업공개(IPO) 등 엑시트의 경우 최근 인스타카트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2년 만에 IPO도 이뤘다. 그는 “몇몇 회사들이 시초가보다 떨어지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모멘텀이 보이고 있다”며 “금리가 안정화되는 등 확실한 신호가 나타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18개월 내에는 IPO 후보들이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포트폴리오도 스트라이프 등 회사들이 다음 IPO 타자로 꼽힌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스케일을 갖추기 위한 조언에 대해 묻자 그는 “모든 스타트업 생태계는 플라이휠(엔진 등에 쓰이는 회전판)을 필요로 한다”면서 “실리콘밸리는 창업자들이 성공을 거뒀을 때 이를 커뮤니티에 재투자하거나 멘토링 같은 자원을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창업자는 전문 투자 업체들이 뒷받침하기 전까지 런웨이를 제공하는 엔젤 투자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만으로도 벅찰 수 있는데 창업, 기업 운영까지 같이 하는 그에게 원동력을 물었더니 호기심을 최대 원동력으로 꼽았다. 타네자 CEO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공학·생물학·수학·경영학 등 5개 학위를 땄다. 칸아카데미의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며 호기심이 이끄는 교육 방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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