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지망생에서 항저우 3관왕으로…韓 장애인 탁구 간판 서수연 [태극전사, 지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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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키 크고 '예쁘다'는 말을 곧잘 듣던 소녀라면 흔히 그랬던 것처럼 서수연(37)도 '슈퍼모델'을 꿈꿨다.
그때 탁구가 서수연을 찾아왔다.
서수연은 "라켓을 잡고 있는 순간에는 그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수연은 "라켓이 묶여 있으면 공에 스핀을 걸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연습을 통해 많이 극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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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군(結棍)’은 중국 항저우 지역 방언으로 ‘대단하다’ ‘강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 선수단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
대학 새내기가 된 2004년 자세를 교정하려고 찾은 병원에서 ‘일자목이 심하다’면서 주사 치료를 권했다.
서수연은 “주사액이 들어오는 순간 왼팔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튕겨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 의료사고로 서수연은 척수에 문제가 생겨 ‘런웨이’를 걸을 수 없게 됐다.
서수연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찾아온 상실감과 절망감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죽어야 할까’를 매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때 탁구가 서수연을 찾아왔다.
서수연은 척수 장애 때문에 악력이 떨어져 물건을 오래 쥐고 있지 못한다.
이 때문에 손과 라켓을 붕대로 묶은 채 2.75g짜리 탁구공을 때려야 한다.
서수연은 “라켓이 묶여 있으면 공에 스핀을 걸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연습을 통해 많이 극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많이 극복한’ 정도가 아니다.
서수연은 28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막을 내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탁구 TT2 부문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서수연의 개인 첫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서수연은 계속해 이미규(35)와 짝을 이뤄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박진철(41)과 함께 혼합 복식 금메달도 합작했다.
한국 탁구 선수가 장애인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한 건 서수연이 처음이다.
서수연의 여자 단식 결승 상대였던 류징(劉靜·35)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東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 금메달을 차지했던 선수다.
두 대회에서 모두 류징에게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서수연은 다른 곳도 아닌 ‘적진’에서 기어이 류징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서수연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립을 바꿨다.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돌아보니 옳은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식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단식에서 우승한 뒤로 경기가 잘 풀렸다”고 웃었다.
한국은 서수연이 따낸 금메달 3개를 포함해 금 30개, 은 33개, 동메달 40개로 중국, 이란, 일본에 이어 종합 순위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5년 전 자카르타 대회 때는 종합 순위 2위였지만 당시 금메달 12개를 땄던 볼링이 이번 대회 정식 종목에서 빠지면서 순위가 내려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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