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하고 집 샀다가 ‘날벼락’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2023. 10. 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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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부동산] 서울 강남구·서초구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 급감
내년 상반기까지 수요 감소, 공급 증가 전망

(시사저널=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대한민국을 포함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금리가 미치는 영향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였다. 금리가 낮은 수준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많은 사람이 대출을 확대해 부동산을 매입했다. 부동산은 단위당 투자금액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대출을 일으켜 매입한다. 돈을 빌릴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대출 금리다. 한국의 경우 2015년부터 기준금리가 2% 미만으로 유지됐다. 대출 금리가 낮아질수록 대출금은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부동산 수요도 늘어난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금리 상황에도 이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저금리 기대가 순식간에 혼란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 기준금리는 큰 폭으로 다시 하락했다.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로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인하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인하 속도도 빨랐다. 금리가 인하되자 사람들은 빚을 내서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다. 주택담보대출은 급증하고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 가격은 폭등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으나 돈은 부동산으로 쏠렸다. 저금리가 유지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가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52조원이었다.

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고, 대출 확대로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인하되던 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2021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1%를 넘긴 기준금리는 1년 만에 3% 이상으로 인상됐다. 마찬가지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였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가장 먼저 일어난 현상은 대출 감소다. 2022년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28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저금리가 유지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61조원에 달했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연간 30조원 넘게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했다. 대출이 줄어들자 주택 수요가 감소했다. 2022년부터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이유다. 주택 가격도 하락했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고금리가 유지되는데도 2023년 상반기에는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다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기 시작했다. 고금리에도 왜 사람들은 집을 샀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기대감이다. 고금리에도 사람들은 금리가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자산시장은 기대감으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더라도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했다. 2023년 2분기부터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증가한 이유다. 높은 금리에도 다시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면서 변동금리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특히,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고 7%대를 넘어서고 있다. 기대가 혼란으로 바뀔 것이다.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저금리로 주택 수요 증가가 이어졌다면, 고금리 때는 주택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첫 번째 신호는 거래량 감소다. 특히 대출이 많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 감소가 빨라질 수 있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9월 아파트 거래량은 3340건으로 8월 대비 13% 감소했다. 자료가 10월26일 기준이기 때문에 신고 기간이 5일 남아있으나 10%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평균 거래량보다 감소 폭이 큰 지역을 살펴보면 강남구(-28%), 서초구(-28%)가 속해 있다. 상대적으로 단위 가격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대출이 필요하고, 금리가 인상될수록 수요 감소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 가격, 당분간 하락 불가피

수요가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하락 폭이다. 주택 수요가 감소해도 단기적으로 보면 가격 하락 정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최종 가격 결정자는 매도자이기 때문이다. 살 사람이 없어도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면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도 물량이 중요한 이유다.

2023년 10월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7만6000건, 경기도 13만9000건이다. 1년 전과 비교해 서울은 37%, 경기도는 21% 증가했다. 아파트 매도 물량의 증가는 시장에 살 수 있는 집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즉, 공급 증가를 뜻한다.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은 어떻게 될까.

2023년 남은 기간을 포함해 2024년 상반기까지 한국 부동산은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공급이 증가하는 시장 상황이 예상된다. 수요가 감소하면 거래가 우선 감소하게 될 것이다. 거래가 감소하면 집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매물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호가도 점점 낮추게 될 것이다.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한다고 모두 실현되지 않는다. 기대가 모두 실현될 것처럼 사람들은 행동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를 하면서 내 집 마련이든 부동산 투자를 하면 안 된다. 예상을 해야 한다. 기대와 예상은 다르다. 기대는 희망과 확신을 포함하고 있지만 예상은 희망을 버리고 개인적인 믿음을 제외한 생각이다. 자산시장을 분석할 때는 개인적인 바람을 버리고 확률적으로 판단하고 예상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투자화되면서 금융시장 특히 금리 영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경험하는 것처럼 금리는 예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금리는 내려갈 거야! 아직도 누군가 이렇게 기대하고 있다면 한국 부동산 시장은 가격 상승을 논하기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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