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산차 무덤’ 日 공략 위한 현대차 무기는?…조원상 법인장 “스며들기”
폐쇄적 일본차 시장서 차별화 경험 제공
출고부터 상담·AS까지 원스톱 서비스
“친숙한 이미지 구축 기꺼이 구매하도록”
[헤럴드경제(요코하마)=김지윤 기자] 일본 자동차 시장은 ‘외산차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전체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5.4%에 그칠 정도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업체 외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유일했다. 전체 시장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실용성을 따지는 특색이 강한 시장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초반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일본 소비자 성향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2009년 철수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전기차, 수소차를 앞세워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6일 일본의 항구도시 요코하마에 위치한 ‘현대 고객 경험 센터(CXC, Customer Experience Center)’에서 조원상 현대자동차 일본 법인장을 만나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되짚어봤다.
조 법인장은 인터뷰 내내 ‘시미르(しみる)’를 강조했다. 한국말로 해석하면 ‘스며들다’, ‘배어들다’, ‘번지다’라는 의미다. 조 법인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 다양한 시장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지만, 일본만큼 까다로운 곳은 없었다”며 “좁은 길, 좁은 주차장, 관세 장벽도 있지만 소비자 마인드 자체가 보수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섣부르게 ‘몇 년 만에 1만대를 팔겠다’라는 수치적인 접근은 의미가 없다”며 “이름만 들어도 인정받는, 타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살 의향이 있는 차로 만들기 위해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판매를 개시해 지난 8월까지 700여 대를 팔았다. 수치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오닉5가 아시아 브랜드 최초로 ‘일본 올해의 차(J-COTY)’에 선정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에 재진출하면서 ‘프리미엄 친환경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새롭게 구축했는데, 이 같은 전략이 일정 부분 통한 셈이다. 현대차는 일본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 등 친환경 차만 판매하고 있다.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면서, 아직 현지 전기차 시장이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 주목했다.
‘프리미엄 전기차=현대’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다음달 1일에는 콤팩트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 일렉트릭’이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이어 내년 초에는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양산형 전기차 ‘아이오닉5 N’도 출시한다.
조 법인장은 “전용 전기차 외에도 파생 전기차, 고성능 전기차, 소형, 세단형 전기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광고를 보고, 딜러를 통해 구매하는 영업 전략보다 우리 차를 렌터카, 카셰어링 등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기꺼이, 스스로 구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CXC 요코하마 역시 시미르 전략의 한 축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 말 일본 내 최초 현대차 직영 거점인 CXC 요코하마를 개관했다. 약 2431㎡ 부지에 구매 상담부터 출고, 정비까지 원스톱 고객 서비스가 가능한 2층 규모의 시설을 구축했다.
건물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특유의 나무 향이 느껴졌다. 일본 히노키(편백)에서 감명받아 조향사와 함께 만든 특별한 ‘현대향’이다. 고객들이 새 차를 만나는 첫 순간을 기억하도록 차량 인도 세레머니 공간도 구축했다. 차량 수리가 이뤄지는 공간에는 투명 유리를 설치해 밖에서도 수리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모두 고객 신뢰를 위한 장치다.
고객 라운지로 꾸며진 2층으로 올라가니 아이오닉5 등에 적용된 픽셀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기자단을 반겼다.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일본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특별 제작했다.
아이오닉5, 넥쏘 이름을 딴 커피와 쿠키도 있다. 일상에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현대차에 스며들게 하겠다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 이날 CXC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하는 고객, 차량 상담을 받는 고객들을 여럿 마주칠 수 있었다.
임민주 책임은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차량 인도를 해준다고 소문이 나 2~3시간 거리에 사는 고객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며 “특별한 커피와 쿠키 등도 동네에서 인기를 끌어 현대가 카페를 해도 되겠다는 칭찬도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일본 내 추가적인 CXC 개소도 검토 중이다. 조 법인장은 “현 CXC가 관동에 있으니 다음 CXC는 관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고객군을 보면서 여러 지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속 충전기로 충전하며 커피를 마시고 일하는 등 CXC가 하나의 지역 커뮤니티 센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현대차는 실제 일본 지역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최근 한 70대 남성은 온라인으로 아이오닉5를 구매한 뒤 현대차에 편지를 보냈다. 온라인으로 차를 구매한 것도 전기차를 타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지만 직원의 도움으로 모두 쉽게 배울 수 있었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돼 인생에 활력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조 법인장은 “고객의 편지를 받고 너무 고마워 답장을 두 페이지나 썼다”며 “새롭게 시작한 사업의 의미를 되새기는 너무나 뭉클했던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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