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하 터널에서 얼마나 버틸까…“보급 없이 3~4개월 가능”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지상전은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 터널망과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 지하철 총 노선보다 더 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터널망은 빽빽한 지상 건물 아래 미로처럼 숨겨져 있으며, 폭탄도 뚫기 힘든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보호받고 있다. 하마스가 이 터널 안에 3~4개월은 버틸 만한 식량과 전투 물자를 비축해 뒀다는 추정도 나온다.
서울 지하철 노선보다 더 긴 하마스의 지하 터널망
28일(현지시간) 가디언·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스라엘 제트기 100대가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터널망과 관련된 목표물 150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날 탱크와 지상군을 동원해 가자지구로 본격 진입하면서 하마스의 지하 터널망을 최우선으로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목표물에는 전투용 터널을 비롯해 지하 전투 시설과 인프라가 포함됐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지하에 전세계에서 면적 대비 가장 촘촘한 터널망을 구축해 놨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망의 총 길이가 약 500㎞라고 추정한다. 사실이라면 서울 지하철의 총 노선 길이(약 350㎞)보다도 길다. 이처럼 광대한 터널망이 한국의 세종시보다 작은 가자지구(총 면적 약 365㎢) 아래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파악한 터널망 지도를 보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북부 가자시티 주변이 특히 촘촘하며 이는 남부 칸유니스까지 뻗어있다.
일부 터널은 깊이가 45m에 달하고 주요 터널은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이스라엘인 인질은 “지하로 내려가 거미줄 같은 터널 속을 2~3시간 동안 걸었다”면서 “터널을 통과해 큰 홀에 도착했고, 이후 다른 인질들과 여러 방에 나뉘어 터널 바닥에서 잤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 장기화를 각오한 상황에서, 하마스가 지하 터널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마스는 지난 수년 동안 지하 터널에 탄약과 무기뿐만 아니라 상당한 양의 연료와 식량, 의약품을 비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레바논 관계자는 “3만5000명~4만명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이 3~4개월 동안 전투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비축량”이라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이스라엘 또한 하마스가 휘발유와 디젤 약 21만~26만갤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하 터널, 어떻게 뚫어야 하나
이 때문에 하마스와의 가자지구 시가전은 이스라엘군에도 무척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한 장비의 수준으로 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크게 앞서나, 이런 이점이 지하 터널에서는 상당 부분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격 드론도 지하 터널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미 육군사관학교 존 스펜서 도시전연구소장은 “지하에서는 가시광선과 위성 신호에 의존하는 통신 및 항법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군용 야간 투시경은 주변 빛이 없으면 쓸 수 없어 터널에선 단순히 앞을 보는 것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터널의 깊이와 환기 상태에 따라 산소 탱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터널의 구조 또한 진입하는 쪽에 더 큰 부담이다. 좁은 공간에서 섣불리 총기를 발사했다간 발사한 사람도 피해를 볼 수 있다.
결국 이스라엘로서는 외부에서 충격을 가해 터널을 파괴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보유한 폭탄과 로켓도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상대로는 ‘게임 체인저’가 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가 파놓은 지하 터널은 지상 구조물 아래를 지나도록 세심하게 배치돼 있다. 결과적으로 가자지구의 빽빽한 도시 구조가 지하 터널을 겹겹이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스라엘이 터널망을 파괴하겠다면서 가자지구의 민간인 시설을 마구잡이로 폭격하고 파괴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폭탄과 로켓은 일반적으로 첫번째 벽을 뚫고 나서는 두번째부터는 파괴력이 줄어든다. 폭발력을 분배해 첫번째와 두번째 벽을 고르게 타격하는 탄두도 있긴 하지만 이조차도 서너번째 벽을 뚫을 수는 없다고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두꺼운 지하 벙커를 파괴하기 위해 고안된 전용 폭탄도 있긴 하다. 이라크전 당시 사담 후세인의 지하 벙커를 파괴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스라엘도 이러한 종류의 폭탄을 구입한 적 있으나 수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마스 지하 터널망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개당 수백만달러인 이 비싼 폭탄을 퍼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