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원상 현대차 日법인장 "판매량보다 신뢰부터 쌓겠다"
'고객 경험' 모토 반영한 고객경험센터 CXC요코하마
전시장부터 정비센터까지 '원스톱' 으로 경험
인기 높은 신차 인도장, 차량 프레젠테이션 진행
일본 시장 최종 목표는 전기차 생태계 구축
[요코하마=뉴시스]강주희 기자 = "섣불리 일본에 들어와서 '1만대 팔겠다', '점유율 5% 하겠다' 같은 이런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희가 갖고 있는 것을 일본 고객에게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진정 현대차가 일본에서 한국을 대표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6일 방문한 일본 요코하마 현대모빌리티재팬(현대차 일본법인) 고객경험센터. 조원상 현대차 일본법인장은 현대차의 현지 실적에는 아직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에 따르면 지난 9월 현대차 판매 실적은 단 36대. 올해 누적 판매량은 총 300대로 한 달에 30대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13년 만에 재진출한 일본 시장에서 아직까진 이렇다 할 성적을 못올리고 있지만 조 법인장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시장에서 보급률이 낮은 전기차를 받아들일 여건을 만들려면 눈앞의 판매량보다는 고객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조 법인장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현대차 판매가 부진하다고 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며 "마켓 쉐어보다 마인드 쉐어에 주 목적을 두고 진출했기 때문에 신뢰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차가 일본 시장을 대하는 진심은 바로 이런 자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일본어로 '친숙해지다'라는 뜻인 일명 '나지무' 전략을 펴고 있다.
일상 속에서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현지 카쉐어링 업체와 제휴를 맺고, 보증을 강화한 '어슈런스(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1월 1일 현지에서 판매하는 코나 EV에도 이를 적용한다. 지난해에는 일본 10개 도시에서 시승회를 열었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시승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나지무 전략의 하이라이트는 고객경험센터 'CXC 요코하마'다. 지난해 7월 개관한 CXC 요코하마는 차량 전시부터 정비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현대차의 의지가 깔려있다. 일본에서 브랜드 체험 공간을 마련한 완성차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CXC 요코하마는 지상 2층 규모로 창고를 개조한 건물이다. 센터를 찾은 고객의 오감만족을 위해 벽면 등에 편백나무 간벌제를 사용했다.
1층에는 전시장과 함께 정비 공간, 신차 인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층 고객 라운지에서는 자신의 차가 정비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다. 1층 뒤편에 마련된 정비 공간은 무공해 차량 전용으로 기존 내연기관차 정비소와 달리 한결 넓고 쾌적하다.
차량이 정비·충전되는 동안에도 고객 경험은 곳곳에서 스며든다. 현대차는 직접 바리스타를 고용해 '아이오닉 5', '넥쏘'라는 이름으로 브랜딩된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라운지 한 켠에 아이오닉 5를 캐릭터한 굿즈 등을 전시했다. 이날 라운지는 한 고객이 정비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각각의 공간마다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게 조 법인장의 설명이지만 그 중에서도 1층 신차 인도장이 특히 인기가 좋다. 현대차는 대리점이나 딜러 없이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해 탁송이 가능하지만, 구매 차량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일본 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통한 셈이다.
조 법인장은 "최근 굉장히 뭉클했던 기억이 있었다"며 규슈에서 아이오닉 5를 온라인으로 구매한 70대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차도 만족스럽지만 인생에 활력이 생긴 것 같아 좋다는 손편지를 받고 너무 고마웠다"며 "현대차만이 할 수 있는 고객 응대 문화가 바로 저희의 전략이고 이런 것들이 전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은 당장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성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한국 완성차업계 최초로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됐고, 코나 EV는 사전 공개 당시 현지 자동차 관련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30대, 여성 고객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년에 아이오닉 N이 일본 시장에 나오면 할로 임팩트(후광효과)를 가져갈 수 있는 전략적 포지셔닝을 유지할 수 있다"며 "소형부터 대형, 세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수평 전개함으로써 고객에게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다시 두드리는 일본 시장에서의 최종 목표는 전기차 생태계 구축이다. 조 법인장은 "현대차는 효율적인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장점이어서 경쟁사 대비 항속거리가 긴 편"이라며 "상품적 측면에서 이러한 부분을 어필하고 있지만 요즘 전기차 브랜드는 전기차만 팔아도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일본 브랜드들도 충전 인프라부터 해서 하나의 큰 생태계로 접근하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는 단독 법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하나의 큰 프레임으로 만들어서 접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입차 불모지'로 불리는 일본은 현대차에게 한때 뼈아픈 시장이었다. 지난 2001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판매 부진 등으로 2009년 고배를 마시고 전격 철수했다. 이후 상용차만 판매해오다가 2020년 일본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열도에 재상륙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팔린 전기차는 6만대 이해로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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