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서 만난 사설구급차...제대로 운영되나?

박창범 2023. 10. 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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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아이돌 출신가수 A가 구급차를 타고 이동한 이유로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가수 A는 2018년 3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서울시 성동구의 행사장까지 이동해야 했다. 김씨가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임원은 "사설구급차를 이용하면 교통 체증을 피해 행사장까지 갈 수 있다"며 행사 대행업체 직원에게 사설구급차를 운용하고 있는 B씨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대행업체 직원이 B씨에게 연락해 A씨를 태워 달라고 부탁했고 B는 구급차에 A를 태우고 서울 성동구 행사장까지 이동시켰고 그 대가로 행사대행사직원으로부터 3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회사 임원과 행사대행업체 직원뿐 아니라 당시 사설구급차에 탄 가수 A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위반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참고로 약식기소란 검찰이 피의자를 정식재판에 넘기지 않고 서면심리 등을 통해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법원은 해당 사설구급차 B에게 응급의료법 법률위반과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으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당가수 A는 약식기소로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그렇다면 가수가 사설구급차를 이용한 것이 왜 문제일까? 그리고 이러한 사설구급차가 이러한 용도로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가수가 빠른 이동을 위하여 구급차를 이용한 것이 문제인지 여부이다. 응급의료법 제45조에서는 구급차의 용도를 1) 응급환자 이송, 2) 응급의료를 위한 혈액, 진단용 검사대상물 및 진료용 장비 등의 운반, 3) 응급의료를 위한 응급의료종사자의 운송, 4) 사고 등으로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진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람들을 의료기관 등에 이송, 5)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용도로 지역보건의료기관에서 행하는 보건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업무, 구급차 등의 이용이 불가피한 척추장애환자 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송, 다수인이 모이는 행사 등에서 발생되는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대기 등으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만약 구급차를 이 외의 다른 용도에 사용하는 경우 1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가수 등 응급환자가 아닌 사람이 위의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적인 행위이다.

둘째, 그렇다면 가수의 회사 임직원은 어떻게 사설구급차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을까? 이러한 불법적인 구급차 사용에 사설구급차가 사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설구급차란 말 그대로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영업용 구급차를 말한다. 참고로 사설구급차는 빨간색 띠를 두른 특수구급차와 초록색 띠를 두른 일반구급차로 나뉘는데 특수구급차는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 구조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각종응급장비와 의약품을 갖추고 의사나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가 동승하기 때문에 위급정도가 높은 환자를 후송할 수 있다. 또한 환자가 있는 곳까지 빈차로도 긴급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구급차는 기본적인 응급처치장비들만 구비되어 있고 의사나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가 동승하지 않아 위급정도가 낮은 환자만 이송할 수 있고 빈차로는 긴급출동을 할 수 없다.

이렇게 사설구급차는 구분을 나누고 있지만 119와 같이 응급하고 긴급한 상황이 아닌 단순 병원간 환자이송, 퇴원환자이송, 망인이송 등의 용도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즉 병원에서 병원 혹은 집으로 전원을 가기 위한 이용수단인 셈이다. 그리고 119와 달리 사설 구급차는 이용요금을 받는다. 이용요금은 법률에 따라 규정되어 있는데 택시와 유사하게 거리에 따라 요금이 산정되는데 특수구급차가 일반구급차보다 가격이 비싸다.

문제는 많은 사설구급차가 특수구급차로 등록은 되어 있지만 상태가 매우 열악해서 구급차라고 하기 보다는 택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많은 사설구급차이 응급구조사 등 응급환자진료에 필요한 응급구조요원이 없는 경우가 많고, 기본적인 약품이나 장비만 구비하고 있어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실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허술한 구급차 규정때문이다. 상당수의 사설구급차는 업체에 돈을 내고 등록하거나 구급차를 대여하는 지입구급차이다.

즉, 구급차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 자본금이 2억원에 최소 5대가 있어야 하고 사무실을 갖추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개인이 민간구급차업체에 돈을 내고 자신의 구급차를 등록시키거나 아니면 업체에서 구급차를 빌려서 활동하게 된다. 이렇게 사설구급차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영세하다보니 너무 오래된 구급차를 사용하거나, 응급환자가 아니거나 환자를 태우지 않은 상태에서 사이렌을 키고 운전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법에서 정한 요금대신 환자보호자와 가격을 흥정하거나 현금지불을 요구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사설구급차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연예인들의 택시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즉,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구급차가 멀쩡한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환자인 것처럼 속여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택시기사나 버스운전사들이 사설구급차에 길터주기를 하지 않거나 운행을 방해하는 일이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가수의 사설구급차이용은 현재 운용되고 있는 사설구급차에 관련된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119와 병원의 구급차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많은 문제를 보이고 있는 사설구급차 문제를 그냥 두기에는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사설구급차를 운용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설구급차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하여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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