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더 과감하게 했어야 했다”…유럽은행 총재의 뒤늦은 후회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10. 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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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0월 26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통화정책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드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글로벌 인플이션에 뒤늦게 대처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은 자칫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며, 개방경제로 무역에 의존하는 유럽은 이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한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이 인플레이션 급등에 너무 느리게 대응했다는 비판에 대해 “내가 더 과감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소비자 물가를 얼마나 끌어올릴 지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우리는 처음 이 문제를 일반적인 공급충격의 교과서적 사례로만 다루었다”며 “충격이 끝날 때에는 정상으로 돌아오고 시장이 이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어떤것도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감스러운 점은 우리가 너무 스스로의 지침에 구속된 것으로 더 과감했어야했다”고 덧붙였다. ECB가 지난해초 6개월간 수십억유로의 정부부채를 매입할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점을 너무 지키기만 했다는 후회다.

그는 향후 세계의 지정학적 긴장에 대해 우려했다. 지난 8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주최한 잭슨홀미팅에서도 정책적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나는 세계가 지정학적 블록으로 분열 재편되는 것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 몰랐다”며 “이스하엘과 하마스간 전쟁도 1973년 중동전쟁과 같이 세계적인 위기(오일쇼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유럽은 개방경제호 무역에 의존하는 만큼 고유의 ‘취약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정학적 분열로 인한 달러 기축통화의 지위상실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저 관찰하고 있다”며 “그런 위험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이 연합해 현지통화로 거래를 시도할 경우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ECB가 추진중인 디지털화폐 전략도 일정부분 역할 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한편, ECB는 지난 27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5%로 동결했다. 지난 7월부터 10차례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첫 동결이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지금까지 금리 인상은 은행의 대출을 줄이는 등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경기는 올해 연말까지 약세를 유지하지만, 추후 경기는 강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CB는 금리인하시점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6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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