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아들의 양말 신고... 아버지는 아들 대신 춘마를 달렸다

춘천/김영준 기자 2023. 10. 2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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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춘천마라톤]
2년 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들 송병찬씨가 생전에 뛰었던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아버지 송효순(가운데)씨. 아들의 대학 친구 오석진(왼쪽)씨, 안지환씨와 함께 10km를 달렸다. /오종찬 기자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아버지는 아들 양말을 신고 아들이 뛰었던 그 길을 뛰었다.

송효순(65)씨는 29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10㎞ 구간을 아들 병찬씨 대학교 친구인 오석진(28)씨, 안지환(28)씨, 아들 전 직장 동료 박혜주(33)씨와 함께 달렸다. 송씨 아들 병찬씨는 2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26세였다. 1남 2녀 중 외아들이자 막내. 영국 런던정경대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수재였다. 송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을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으로 기대가 컸다.

아들 병찬씨는 생전 달리기를 즐겼다고 한다. 영국 유학을 떠나기 전엔 부자가 함께 서울 서초동 자택부터 방배동 서래마을까지 뛰곤 했다. 병찬씨는 친구나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게 마라톤을 권하곤 했다. 춘마와는 2019년 인연을 맺고 하프 코스를 완주했다.

故송병찬씨가 2019년 춘천마라톤 하프 코스를 완주한 모습. /송효순씨 제공

병찬씨와 2019년 춘마에 같이 참가했던 직장 동료 박씨는 지난 8월 그의 2주기 추모 미사가 끝난 후 아버지 송씨에게 춘마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병찬씨가 달리던 그 길을 같이 달리면 더 뜻깊은 추모가 될 거라 믿었다. 송씨는 “춘천마라톤에서 아들을 만나고, 아들과 함께 달리고, 아들과 같은 풍경을 보고 싶었다”면서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날 그 길을 뛰었다. 아들이 생전 달리기할 때 신었던 갈색 양말을 신은 채였다. 10㎞를 1시간 9분 7초에 완주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오늘 병찬이와 함께 춘천을 뛰었다”며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매년 아들과 함께 춘천마라톤에 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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