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붙이고 바르면 끝… 마약, 쉽게 잡아낸다
GHB 닿으면 빨갛게 색 변하는 '마약탐지 겔' 등 기술개발
배우 이선균,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등 국내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혐의가 드러나면서 마약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잊혀질만 하면 연예인과 재벌가 자제 등의 마약 투약 사건이 터지면서 마약이 점점 우리 곁에 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마약 복용 대상이 일반인은 물론 20∼30대와 청소년 등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마약 사범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해마다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범죄가 심각해지자 마약 복용 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지·진단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과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존 마약 검사는 소변 검사와 모발 검사 등을 통해 주로 진행됐다. 이런 검사들은 마약 투약 의심자의 머리카락, 혈액, 소변 등을 채취해 질량분석기로 마약 고유 분자량을 가진 성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대형 분석장비와 숙련된 검사 전문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소변에 포함된 마약 성분을 검출하는 신속진단키트가 나오긴 했지만 일부 성분만 검출할 뿐, 감도가 떨어져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보다 빠르게 마약을 정확하게 탐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기술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가령, 사람의 땀을 통해 마약 성분을 검출할 수 있다. 정호상 한국재료연구원 박사 연구팀은 땀에서 금지 약물을 검출할 수 있는 패치형 센서를 개발했다. 사람이 복용한 여러 약물 성분을 땀에서 쉽게 채취해 검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땀은 배출량이 매우 적어 소량의 마약 성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감도 센서 기술이 필요하다. 정 박사팀은 누에고치에서 얻은 천연 단백질을 정제해 용액으로 만들고, 이를 두께 160㎚의 필름 형태로 제작해 필름 위에 마약 성분으로 나타나는 라만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은(銀) 나노선을 250㎚ 두께로 형성한 패치형 센서를 개발했다. 땀 속에 포함된 약물이 센서를 투과해 은 나노선에 도달하게 되면 외부에서 조사된 라만 레이저에 의해 실시간으로 약물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몸에 센서를 붙이고 검사 시 빛을 비추면 1분 안에 마약 성분을 신속 검출할 수 있다. 1개의 패치 제작 비용이 500원도 들지 않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할 때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오래 붙이고 있으면 진단 정확도도 한층 높아진다. 패치 센서처럼 빛 알갱이인 광자가 분자에 부딪히기 전과 후의 에너지 차이를 측정한 라만신호를 이용하면 필로폰, 대마 등 다양한 마약류 검출에 활용할 수 있다. 라만신호는 분자 고유의 신호를 포함하고 있어 여러 약물을 동시에도 검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 박사팀은 지난달 라만 분광 신호와 센서 기술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현장에서 손쉽게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센서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권오석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재직하던 지난해 기존 마약류와 달리 사후 검출이 안 되는 일종의 '성범죄 약물' 중 흔히 쓰이는 GHB(감마 하이드록시낙산·일명 물뽕)를 검출할 수 있는 '마약 탐지 겔'을 개발했다. GHB는 무색, 무색, 무미의 중추신경 억제제로, 주로 물이나 술 등에 타서 액체 상태로 마시면 환각증세와 강한 흥분작용을 동반한다. 투여 후 6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신체로 빠져 나가 범죄에 쓰인다.
권 교수팀은 사후 마약 검출 기술이 아닌 사전에 마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GHB와 반응하면 색이 바뀌어 육안으로 마약을 식별할 수 있는 '하이드로겔' 기술을 내놨다. 평소 노란색을 띠는 겔이 GHB에 노출되면 약 10초 이내 빨간색으로 변해 신속한 확인이 가능하고, 민감도도 좋아 GBH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당 1㎍(마이크로그램) 농도까지 탐지한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품질 의문이지만" 北포탄 존재감…러, 우크라에 하루 3만발 쏜다
- 사라진 `붕세권` 롯데백화점 속으로…내달 1일부터 붕어빵 팝업
- 군복에 `모형 총기` 들고 홍대 활보한 20대男의 최후
- 졸음운전하다 터널속 정차차량 들이받은 화물차
- 욕실화서 유해물질 발견…국표원, 9만여 켤레 리콜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내년 6월부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기간 3년 단축"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