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분주한 동북아…한미일중 연쇄 고위 접촉, 정세 분기점 될 듯
월말엔 부산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한반도 정세 '中역할' 견인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다음 달 각종 다자·양자 회담을 계기로 한미일중의 고위급 소통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향방에 중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미를 통해 성사 가능성이 커진 미중 정상회담은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빅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미중은 왕 부장 방미를 통해 다음 달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정상회담을 열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앞으로 조율 과정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일단 미중 모두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어 회담 성사 의지는 큰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왕 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중 모두는 경쟁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왕 부장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발리(지난해 11월 미중 발리 정상회담)를 기초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시기에 양국 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시키는 것"이 자신의 방미 목적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측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통해 미중관계에서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갈등 요인이 관리된다면 한국으로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APEC을 앞두고 한미 간 고위급 소통도 추진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 달 7∼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직후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조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한이 성사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관계 향방을 탐색하고 미국과 의견을 사전에 조율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APEC을 무대로 한 한중 정상의 만남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한중 양국은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가정적인 이야기지만 한중 양국 정상이 APEC에 참석하게 된다면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다음 달 말에는 약 4년 만에 재개될 한중일 정상회의 의제 및 시기를 논의하기 위해 박진 장관과 왕이 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부산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는 미국의 동맹인 한일과 패권 경쟁국인 중국이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도 지역 인접국으로서 가능한 협력 공간을 모색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면 한일, 한중, 중일 등 3국 외교장관들 간에 별도의 양자 회담도 개최될 수 있다.
이처럼 한미일의 대(對)중국 고위급 외교 기회가 연이어 마련된 것은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북한의 대(對)러시아 접근이 최근 동북아 안보질서 판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앞으로의 흐름에 중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북러 밀착에 이어 북중러 3국의 협력 구도가 본격화될지는 결국 중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견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왕이 부장과 블링컨 장관의 지난 26∼27일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논의된 점도 이런 측면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양측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다른 도발적 행동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고, 중국도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다"고 언급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북중러 구도에 거리를 두는 중국과의 협력 공간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최근 '2023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및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에 북러의 군사협력은 궁극적으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중국이 가지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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