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프론티어] “폐암·뇌출혈 조기 진단 AI로 미국 넘어 중동까지 뚫었다”
CT 영상 하나로 폐, COPD, 심혈관 등 자동 분석 동시 진단
혁신의료기술로 선정
다가오는 11월은 ‘폐암 인식의 달’이다. 폐암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사망률 1위 암이다. 국내에서는 한 해에 약 1만8000명이 폐암으로 숨졌다. 유독 사망률이 높은 데는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늦게 암을 발견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탓이 크다. 실제 약 70~80% 환자가 병기가 제법 진행된 상태에서 폐암 진단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요 국가들이 폐암 검진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한 이유다.
한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코어라인소프트 얘기다. 이 회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의료영상 처리를 함께 연구하던 선후배 사이인 김진국 대표와 최정필 대표, 이재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의기투합해 2012년 9월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딥러닝을 통해 수백장의 컴퓨터단층촬영(CT) 단면 영상을 판독하고 의료진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CT는 엑스레이(X-Ray) 대비 검사당 영상 장수가 약 237배, 의료진 1인당 판독 이미지 수 약 34배, 평균 판독시간 약 10배 수준이라 판독 업무가 까다롭다. 코어라인소프트는 AI기술 등을 활용해 정확하고 빠르게 판독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품목 허가를 잇달아 획득하며 현지 의료기관 뿐 아니라 국가 폐암 검진 사업에도 단독으로 제품을 공급 중이다.
최근에는 구매력이 큰 시장인 중동 국가 진출 길이 열렸다. 26일 서울 마포구 코어라인소프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국 대표는 “국가 폐암 검진 사업을 준비하는 나라들이 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인구 1억명이 넘는 이집트에서 폐암 검진 프로젝트에 우리 제품의 공급이 가시화하면서 주변국에서도 코어라인소프트의 기술과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코어라인소프트는 중동 최대 메디컬 전문 유통 기업 MHC와 이 회사의 AI 솔루션 ‘에이뷰(AVIEW)’ 9종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 대표는 “MHC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동 시장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MHC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종합 의료 기업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병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MHC가 코어라인소프트의 AI 솔루션 9종의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중동 지역 7개국에 대한 독점 판권을 부여 받아 현지 의료기관에 공급하게 된다.
창립 11년째를 맞은 코어라인소프트는 올해 9월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리며 새 막을 열었다. 김 대표는 “코어라인소프트의 솔루션이 흉부 분야 판독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인정받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국내 뿐 아니라 중동 지역과 아시아태평양, 유럽, 아프리카 권역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해 가겠다”고 말했다. 여러 국가와 전문가들로부터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판매망을 보유한 유통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진국 대표는 의료솔루션 분야에서만 20년 경력을 지닌 전문가다. 1995년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졸업한 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석·박사를 취득, 2004년 카이스트 대학원 연구실 벤처 ‘메비시스’ 연구소장 지냈다. 이후 2007년 메비시스를 흡수한 인피니트헬스케어에서 5년 간 근무한 뒤 코어라인소프트를 창업했다. 세계 3대 의료 기기 기업인 GE헬스케어의 액셀러레이팅(AC) 프로그램에 선정돼 판매 지원을 받기도 했다. 아래는 김 대표와 일문일답.
─ 코어라인소프트의 주요 제품 특징은.
“우선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AVIEW LCS PLUS)’는 한번의 CT 촬영으로 흡연 관련 3대 질환으로 불리는 폐암, 폐기종, 관상동맥석회화를 동반 검진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미사용자 대비 약 20% 높은 결절 탐지율을 보였다. 결절 판독 소요시간은 약 70%까지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3대 질환을 동시에 검진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폐암 검진 사업 공식 단독 솔루션으로 선정된 것이다. 에이뷰 씨오피디(AVIEW COPD) 솔루션은 데이터 비교 평가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 결절 탐지 일치도는 96~99%, 전문가의 수동 분석 시간 대비 소요 시간을 94% 줄이는 개선 결과를 보였다.
또 딥러닝 기반 폐 결절 자동 검출 보조 기술 솔루션 ‘에이뷰 렁 노듈 캐드(AVIEW Lung Nodule CAD)’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악국(FDA) 510(k) 인허가도 획득한 제품이다. 세계 기업 중에서는 5번째다. 임상 시험 결과 미국 영상의학과 의사가 CAD를 사용할 경우, 결절을 발견하는 민감도는 34%가량 증가했고, 위양성률은 42% 감소, 판독에 소요되는 시간은 7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어떤 기술이 적용됐나.
“의료영상 AI 성능을 좌우하는 게 학습데이터 양이다. 3차원(3D)영상의 경우 난도가 높고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데이터가 더 부족하다. 우리 회사는 3D 영상을 전문으로 해왔기 때문에 독점으로 사용 가능한 비공게 데이터셋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 AI성능을 높였다. 2차원 형태의 영상을 3차원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3D 고속 하이브리드 랜더링 기술’과 ‘3D 구조물 자동 분할 기술’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인체와 유사하게 표현하고,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영상 내 영역을 분할 표시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 현재 코어라인소프트의 국내 시장 공급 현황은.
“국내 45개 상급종합병원 전체와 종합병원 약 100곳에 솔루션이 공급돼 있다. 국립암센터 등 국가 폐암 검진 사업 공식 솔루션으로 올해로 7년째 단독으로 공급되고 있다.”
─ 유럽 등 세계 시장 진출 현황은.
“유럽연합(EU)이 주관하고 유럽 5개국이 참여하는 폐암 검진프로젝트(4ITLR), 독일 폐암 검진 프로젝트(HANSE), 이탈리아 폐암 검진 프로젝트(ILSP) 등을 연달아 수주했다. 유럽 프로젝트는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사업 결과를 분석한 연구 논문이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폐암 국가검진사업을 하는 국가는 미국, 한국, 대만 등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영국은 올해 6월 국가폐암검진 사업 시행을 발표하며 투자를 시작한다. 중동 국가에서도 최근에서야 관심이 커지면서 투자를 하고 있는 단계다. 이는 세계 시장에서 코어라인소프트가 성장할 기회가 많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 사업과 별개로 미국, 유럽, 일본, 대만, 싱가포르, 호주, 브라질, 캐나다, 인도 등 각국의 보건당국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해, 현지 의료기관에도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 흉부 외 다른 부위의 CT 영상 분석 검진도 가능한가.
“물론이다. AI 기술 기반으로 3차원 CT 영상을 분석하는 두경부 등을 검진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에 뇌출혈 뇌영상검출·진단보조소프트웨어 ‘에이뷰 뉴로캐드(AVIEW NeuroCAD)’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최종 평가를 통과해 보건복지부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이는 환자 CT이미지를 기반으로 제한된 시간 내 영상을 판독하고 진단·치료 결정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뇌출혈 중증도 분류를 조기에 할 수 있어 야간 응급실 및 전문 인력이 부족한 병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혁신의료기술 지정은 어떤 의미가 있나.
“건강보험 임시등재 대상이 됐다. 유효성 등 임상적 근거 마련을 위해 3년간 의료기관에 비급여로 에이뷰 뉴로캐드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후 다시 한 번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면 정식 등재를 통해 선별급여 또는 비급여로 제품을 공급할 자격을 얻게 된다. 앞으로 에이뷰 뉴로캐드 솔루션이 뇌출혈을 잘 짚어내 의료진이 보다 빠르게 처치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점을 증명해 건강보험 급여 시장에 진입하는 게 우리의 목표 중 하나다.”
─ 주요 사업 계획과 목표도 궁금하다.
“세계 폐암 검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 키우고 글로벌 대형 병원, 파트너십을 구축한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제품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솔루션 활용·응용 분야도 확대할 거다. 현재는 흉부 진단이 주력인데 대동막박리, 뇌, 체성분, 골다공증 등 진단 범위를 늘릴 거다. 2025년 쯤에는 매출 2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글로벌 의료 AI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우리의 큰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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