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분수령’ 아시아나 이사회, 내일 화물사업 매각 여부 결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30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사업 분리 매각’ 수용 여부에 지난 3년간 논의돼온 두 기업의 결합심사 운명이 달렸다. 다만 매각안이 이사회를 통과해도 실제 매각에 이르기까지는 ‘산 넘어 산’일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0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한다. 오전 대한항공이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되 인수 측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아시나아항공과의 합의서를 안건으로 올린다. 관련 내용을 담아 두 항공사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시정조치안도 확정한다. EU 집행위가 제기한 유럽 화물노선 독점 우려를 완화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같은 날 오후 2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사회가 동의하면 EU 집행위 심사 통과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EU에 이어 미국·일본의 승인까지 얻으면 2020년 11월 공식화한 이후 지지부진했던 합병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반면 해당 안건이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앞세운 시정조치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하지 못하게 된다. EU 집행위가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된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아시아나 이사회 구성원 6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사회는 원유석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됐다. 현재로선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사업을 매각해서라도 합병을 성사시킨 뒤 자금을 수혈받아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12조원, 부채비율은 1741%에 달한다. 통합 없이 독자 생존은 어렵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미 3조6000억원대 공적자금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산업은행도 합병을 위한 화물사업 매각에 힘을 실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부문을) 살리기로 의결한다면 국민 혈세나 공적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아시아나항공 이사들은 화물사업 매각 찬성 시 회사와 주주 가치를 떨어트려 배임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화물사업 매각의 구체적인 가격이나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하는 자체로는 배임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득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21.7%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에는 70% 넘게 책임지며 항공사를 먹여 살리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에 동의한다고 해도, 인수할 항공사를 찾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은 처음부터 예비입찰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2위 티웨이항공은 인수전 불참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이 인수 의향을 밝힌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화물기 11대 연식이 30년 전후로 노후화했고, 고용 관련한 진통이 예상되는 데다 일정 부채도 떠안아야 해 인수할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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