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 “수위 높은 애정 장면, 나에게도 신선한 충격”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배우 지창욱이 디즈니+ 《최악의 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국과 중국, 일본 마약 거래의 중심인 강남 연합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 분)가 조직에 잠입해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이번 작품에서 지창욱은 한·중·일 마약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해 마약 거래의 중심에 있는 강남 연합에 '권승호'라는 인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잠입하는 경찰 '박준모' 역을 맡았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악바리 근성뿐만 아니라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배짱 가득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모두가 주목하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강남 연합에 잠입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곳의 보스 정기철(위하준 분)과 엮이며 점차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지창욱은 고강도의 강렬한 액션은 물론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누아르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로 스스로를 입증했다. 연출을 맡은 한동욱 감독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지창욱 배우의 새롭고 진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언더커버 장르의 작품 중에서 최고의 연기를 한 배우로 회자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악의 악》에는 지창욱을 비롯해 위하준, 임세미, 비비 등 젊은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여기에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등 범죄 장르 영화의 조감독을 거쳐 《남자가 사랑할 때》로 데뷔한 한동욱 감독의 차기작이기도 하다. 또 541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의형제》를 통해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던 장민석 작가가 참여했다. 군 제대 이후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지창욱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악의 악》에 대한 호평이 뜨겁다.
"오래 촬영을 해서인지 아쉽고 후련하다. 복합적인 감정이다. 물론 호불호도 있었지만 어느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불호의 사람들을 너무 고려해 만들게 되면 이 작품만의 색을 잃게 된다. '톤 앤 매너'를 단단히 잡아두고 만들어갔는데, 감독님이 그 중심을 잘 잡아줬다."
이번엔 누아르 장르다. 개인적으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찾기 위해 혹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위해 계속 시도 중이다. 그 와중에 《최악의 악》이 있었다. 훌륭한 선배님들을 보면서 내가 나아가야 할 지점, 작품 선택,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기가 레벨업됐다는 평가도 많다.
"언더커버물이라는 특수한 장르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어떤 작품을 하든 간에 엄청나게 새로운 건 없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의 경우 촬영, 의상, 분장, 연출, 조명, 미술 등 외부적인 요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준모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준모는 악착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작전을 수행하면서 서서히 그 기질이 드러난다. 열등감이나 집착, 자기 합리화를 해나가는 사람이다. 그게 경찰이든 깡패든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한 여자에 대한 마음도 집착인지, 사랑인지, 아니면 단순히 뺏기고 싶지 않은 건지 나조차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명확한 답을 놓고 그것을 표현하기보다는 여지를 두고 표현했다.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도 헷갈리게 하고 싶었다."
《최악의 악》은 다른 국내 누아르물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어렸을 때부터 《무간도》나 《신세계》 등 누아르 작품을 많이 보고 자랐다. 그렇기에 당연히 선배님들의 연기에 영향을 받았지만 이 작품만의 무드가 있기 때문에 그것에 충실하려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는 영화 속 조직폭력배의 비주얼이 있지 않나. 이 작품은 기존의 비주얼과 다르게 의상이나 행동이 좀 더 캐주얼하다. 우리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놓고 시작했다."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뭔가.
"단연 인물들 간의 관계성이다. 박준모라는 인물의 변화가 흥미로웠다. 피폐해 가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또 그간의 언더커버물이라고 하면 영화 장르가 대부분이었는데 《최악의 악》은 시리즈물이라 더 깊게 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고드는 것도 좋았다."
액션물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누아르 장르를 처음 해보는 것이라 호기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전작인 액션물 《THE K2》의 액션이 정제돼 있는 액션이었다면 이번에는 날것의 가공되지 않은 액션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번에 액션을 하면서 체력이 달려서 힘들었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하."
수위 높은 애정신이 있다. 부담은 없었나.
"사실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이런다고요?" 저한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은 주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키스신을 찍어왔는데, 이번엔 끈적끈적하고 농도도 짙었다. 인물들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상태라 쉽지 않았다. 상대 배우인 비비씨가 의연하게 잘해 줘서 고마웠다."
위하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게 준비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치열하게 작품 얘기도 하고, 치열하게 장난도 치면서 즐겁게 촬영했다.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동료 배우와 유대감을 가지는 것도 작업의 하나인 것 같다. 서로 친해야 작품에서도 드러나지 않나. 지방 촬영이 끝나면 늘 조명감독님, 촬영감독님 등과 술을 마셨는데, 그 자리에서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이 작품 역시 무빙에 이어 디즈니의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나.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하나일 뿐이다. 특별히 엄청나고 대단하고 의미 있다는 게 오히려 더 오글거리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저 많은 사람이 더 봐주시면 그걸로 좋다."
'최악의 악'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게 최악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하지만 이 작품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목이 너무 거창하지 않냐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 작품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향후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지금 후속작을 열심히 촬영 중이고, 향후 지금처럼 똑같이 좋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곧 공개되는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생활감 있고 더 편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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