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정지영 감독 "깊고 넓은 실화의 힘 믿었죠"[★FULL인터뷰]
26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소년들'의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주인 할머니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9일 만에 동네 소년 3인이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되고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과 함께 수사는 일사천리로 종결된다. 그러나 사건에 관련된 모든 증거와 자백은 조작된 것이었고, 소년들은 살인자로 낙인찍힌 채 억울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이른바 '삼례나라슈퍼 사건'으로 불리는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재구성한 영화다.
'소년들'은 크랭크업 후 4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정지영 감독은 "사실 진작 개봉했어야 하는데 늦어졌다. 상당히 개봉을 기다렸다. 한국 영화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지금 개봉하면 손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만든 사람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빨리 심판받고 싶다. 계속 미루면 옛날 영화가 된다. 그걸 언제 찍었는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느낌으로 안다. 개봉하게 돼서 기쁘다"라고 밝혔다.
정지영 감독은 "근데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접했고, 비슷하지만 이야기가 더 깊고 넓더라.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 '재심'이 개봉한 후였다. 약촌 오거리 사건을 해결한 황 반장이 영화에는 안 나오더라"라며 황 반장 캐릭터를 영화에 가져온 계기를 밝혔다.
이어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풀어가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근데 영화에서 스토리의 흐름이 복잡하면, 관객들이 사건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 근데 황준철(설경구 분)이 이야기를 일관되게 끌고 간다면 스피디하고, 일목요연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를 통해 실존 인물들과 만났다는 정지영 감독은 "시나리오 아웃라인을 잡은 상태였고, 미리 캐릭터를 잡아놓고 만났는데 크게 다른 게 없었다. 우리가 설정한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박준영 변호사가 잘 조율해줬다"며 최근 시사회에서 실제 '소년들' 중 한 사람에게 '개봉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꽃다발을 받았다며 보여주기도. 그는 "(꽃다발을 받고) 감동했다. 영화 감독을 하면서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
또한 정지영 감독은 '소년들'을 통해 설경구와 처음 작업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 쓸 때부터 설경구 생각을 했다. 우선 '공공의 적'의 강철중 생각이 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17년 차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며 "스케줄 때문에 못 한다고 하면 기다릴 생각이었다. 옛날부터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설경구가 데뷔한 '박하사탕'의 촬영 현장에 응원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이창동 감독이 주연 배우라고 설경구를 소개하더라. 나는 그때 유명한 감독이었는데 대충 인사하고 쌩가더라. 이창동 감독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역할에 빠져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라며 "그때부터 호기심이 생겼는데 나중에 만나 물어보니 그런 생활이 오랫동안 계속되다가 주위 사람이 불편한 걸 알고, 바뀌려고 노력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촬영하고, 끝나면 인간 설경구로 돌아와야 하는데 집에서도 그 캐릭터로 있는 거다. 그걸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해서 노력했다고 한다. 배우 설경구뿐만 아니라 인간 설경구의 삶도 중요하지 않나"라며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호흡을 맞춰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다른 배우보다는 그 캐릭터 속에 사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 배우들이 세계에서 연기를 제일 잘하는 것 같다. 캐릭터를 파악하는 능력이나 그걸 구현하는 능력이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보다 뛰어나다. 어디서 배우는 게 아니라 DNA인 것 같다"며 "설경구랑 처음 일해봤는데 나랑 일을 안 해본 좋은 연기자들과 연기해보고 싶다. 송강호, 최민식과도 해보고 싶은데 감독이 많은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고 아쉬운 마음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는 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활동했던 80~90년대 감독들 중에는 좋은 감독들이 많다. 그들이 영화를 못 하고 있다. 영화 환경이 변하면서 그 환경 속에 그들이 적응을 못 한 게 아니라 그들은 열심히 적응하려고 하는데 환경이 안 받아주는 것"이라며 "낡은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니까 손해를 많이 본다. 사실 저는 '부러진 화살' 때문에 재기한 건데 한국 영화계가 노하우가 쌓인 보석 같은 감독들을 땅에 묻어두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지영 감독은 "내가 위치한 곳이 어디인지, 난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지 항상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계속 점검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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