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유럽, 디지털네트워크법(DNA)으로 네트워크 DNA 바꾼다…투자활성화·규제완화 핵심

박지성 2023. 10. 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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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인프라 근본 체질 개선을 위해 디지털네트워크법(Digital Network Act)을 추진한다. 유럽을 아우르는 거대 사업자를 출현시켜 범 유럽권 인프라 구축을 활성화하고,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를 넘어 디지털산업 전반으로부터 새 인프라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DNA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에 이어 유럽 디지털3법 완결판이다. 유럽의 글로벌 디지털 주도권 회복을 위한 야심을 담았다. 한국도 요금인하 위주 통신정책에서 벗어나 진흥을 중심으로 새판 짜기가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디지털 단일시장 구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전자통신분야 미래와 인프라에 대한 공공의견 수렴(컨설테이션)'을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다. EU의 디지털 인프라가 경쟁국에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에 따라 통신사, 콘텐츠제공사업자(CP), 인공지능(AI) 기업, 전문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EC는 이달초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EC는 컨설팅 결과 핵심을 △혁신과 효율적 투자 △단일 시장을 활용한 투자와 혁신 촉진 △네트워크 보호로 요약했다. 핵심은 투자다. EU는 통신 부문에서 연간 약 3000억유로(약 400조원) 규모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티에리 브르통 EC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할)은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컨설팅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디지털 네트워크법(DNA)'을 제안했다. EU 차원 디지털 단일시장을 구축해 독자적인 규제와 디지털주권을 확립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향성을 담았다.

앞서 EU는 온라인플랫폼기업의 거래공정성을 규율하는 디지털 시장법(DMA), 온라인플랫폼의 불법·허위정보 유통을 제한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했다. 이번에 제안한 DNA는 인프라 분야에서 진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법체제를 확립, 디지털 단일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유럽연합 주요 디지털관련 법안 및 주요내용

◇DNA 핵심내용은

브르통 집행위원은 DNA 4대 추진 과제를 제시, 법안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EU 전체 통신 시장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진정한 범유럽 인프라 사업자 탄생을 촉진한다.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춘 건강한 통신 사업자가 없다면 안전한 연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유럽 언론과 기업들은 통신사업자 인수합병 규제 완화를 통해 충분한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갖춘 거대 통신사업자 등장을 예상했다.

두번째 과제로, 새로운 기술의 신속한 구축을 위한 비용과 관료주의를 줄이기 위한 규제 조정을 제시했다. EC는 기가비트인프라법 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광케이블망 구축 비용·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 근거를 확보하고 규제를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다. DNA에서도 이같은 흐름을 이어받아, 통신 인프라 전반에서 규제를 개선한다. 또한 현행 주파수 관리제도를 재검토, 민간의 투자 재원이 민간 인프라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유럽 통신사들은 EC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환영 입장을 표시했다.

세번째 과제로, 통신부문에 더 많은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제안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네트워크 투자 문제를 대형 통신사와 빅테크간 싸움으로 축소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신을 넘어 디지털 기술의 거대한 도약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통신과 CP 뿐아니라 AI,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업이 인프라 투자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번째 과제로는 EU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더해지는 가운데 EU 인프라에 대한 외부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보안, 안정성 확보를 제시했다.

◇망 공정기여 논의 지속

DNA에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 망 공정기여 정책에 대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망 공정기여를 초점으로 법안을 제시할 경우,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의 극심한 반발과 입법 반대 로비가 예상됐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DNA 망 공정기여 정책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통신, CP를 넘어 다른 디지털기업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점까지 명시했다. 보다 큰 그림과 로드맵에서 네트워크 투자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장기적으로 망 공정기여를 확립하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통신 전문가는 “망 공정기여 논의를 지속하기 위한 입법 논의 플랫폼을 마련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EU의 디지털 네트워크 진화를 위한 입법 시도는 국내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는 네트워크 투자와 진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향후 입법 전략을 수립하고 세부 아이템들을 마련, 법제화할 예정이다. 한국은 기간통신사와 부가통신사의 새로운 역무를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한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 방침을 제시했지만, 논의는 답보 상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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