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 김장도 때가 있다? 가장 맛있게 담글 수 있는 시기는?

유희동 기상청장 2023. 10. 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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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돌고, 요 집 저 집서 값을 물어보고 배추를 들어도 보고 헤쳐도 보고, 얼마까지 해줄 거냐고 꼭 살 듯이 흥정을 하다가도 다음 집으로 옮겨가고 속 고갱이를 뜯어서 맛까지 보고도 아이 싱거워 배추는 고소해야지 하며 또 다음 집으로 옮겨가고."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쑥스러운 고백> 에 나오는 대목으로, 김장 배추를 정성스레 고르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로부터 김장은 한해 공들여 수확한 여러 가지의 재료를 한데 버무려 사계절의 맛을 조화롭게 만들어 내는 것처럼, 가족과 이웃이 다 함께 모여서 김치를 담그고 나누어 먹는 협력과 나눔의 의미를 지닌 소중한 우리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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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돌고, 요 집 저 집서 값을 물어보고 배추를 들어도 보고 헤쳐도 보고, 얼마까지 해줄 거냐고 꼭 살 듯이 흥정을 하다가도 다음 집으로 옮겨가고 속 고갱이를 뜯어서 맛까지 보고도 아이 싱거워 배추는 고소해야지 하며 또 다음 집으로 옮겨가고….”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쑥스러운 고백>에 나오는 대목으로, 김장 배추를 정성스레 고르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김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재료는 단연 배추다. 김장은 좋은 배추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배추는 온도에 무척 민감하여 추위에는 강하지만 더위에는 약하다. 따라서 고온의 환경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고 잎도 짓무르며, 추운 환경에서 자란 배추는 잎이 많고 속도 꽉 차 김장의 좋은 원재료가 된다. 11월부터 다음 해 1월에 생산되는 가을배추는 저온에서 잘 견디고 저장성이 좋으며, 비타민C가 풍부하여 겨울철 비타민의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김장 김치. 국제신문 DB


그렇다면 좋은 배추를 잘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걸까? 최상의 맛을 위해서는 김장 시기도 무척 중요하다. 김치는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일평균기온이 4도 이하면서 일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유지되는 시기에 김장을 했을 때 가장 맛있는 김치를 맛볼 수 있다. 기온이 높으면 김치가 너무 빨리 익어 맛이 쉽게 변질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보관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기온이 너무 낮으면 배추와 무가 얼어 재료 본연의 맛을 내기 어렵고 신선도도 낮아진다. 발효라는 특별한 과정을 통해 유산균을 만들어 내는 것도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장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 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이다. “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를 대비한다”라는 구절을 통해 지금과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오랜 김장의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김장은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 겨울 동안 먹을 다량의 김치를 담그는 행위 또는 그렇게 만든 김치를 말한다. ‘입동이 지나면 김장철이 된다’라는 속담이 전해져 내려오듯, 김장은 각 지방의 기후와 풍습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입동부터 소설까지의 시기에 행해져 왔다.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서울·경기·중부내륙지방은 11월 중순~11월 말, 남부지방과 동·서해안지역은 12월 초~중순, 남해안은 12월 중순~말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로부터 김장은 한해 공들여 수확한 여러 가지의 재료를 한데 버무려 사계절의 맛을 조화롭게 만들어 내는 것처럼, 가족과 이웃이 다 함께 모여서 김치를 담그고 나누어 먹는 협력과 나눔의 의미를 지닌 소중한 우리 문화였다. 요즘에는 겨울철에도 신선한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식생활 및 가족 형태의 변화로 예전보다 김장을 하는 가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김장 문화가 지닌 가치는 지역과 세대를 초월하여 전승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었고, ‘김치 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다. 또한,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어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를 세계 곳곳에 알리고 있다.

‘김장은 하늘이 도와야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여러 김장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가족, 이웃이 모여 김치를 담그는 활동에 이르기까지 날씨와 자연환경이 잘 갖추어져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김장철에 앞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날씨 정보를 참고하여 김장 준비를 해 보면 어떨까? 기후평년값을 바탕으로 장기예보, 중기예보, 단기예보 등을 잘 활용하여 가족, 가까운 이웃과 함께 맛도 좋고 마음마저 훈훈해지는 김장 담그기를 준비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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