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야해서, 수입금지, 창씨개명까지 당했는데…뜻이 XX라고? [김기정의 와인클럽]
김기정의 와인클럽 22- 예술을 담은 와인(1)
이 와인의 이름은 소포코네(Soffocone). 질식(Suffocation)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이탈리아어입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허풍쟁이’란 의미로 사용됩니다. ‘질식’이란 단어가 왜 ‘허풍쟁이’란 의미가 됐을까요. 이 그림 속에서 힌트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예술’을 담은 와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다음부터는 ‘19금’ 이미지와 내용이 담길 수 있으니 원하지 않으시면 여기까지만 읽기를 바랍니다.
지난 2020년 6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와인 생산자이자 ‘예술가’인 비비 그라츠를 조명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빈칠리아타(Vincigliata)에 위치한 중세시대 성(castle)을 물려받습니다. 성 주위를 포도밭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비비 그라츠는 2000년 부터 직접 와인 생산을 시작합니다. 비비 그라츠는 유명 조각가의 아들로 그 자신도 예술을 전공했습니다. 와인 라벨의 디자인을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미국서 문제가 된 ‘소포코네’와인의 라벨도 비비 그라츠의 학생 때 작품이라고 합니다.
비비 그라츠가 빈칠리아타에 보유한 포도밭은 지역의 젊은 남녀들에게 아주 훌륭한 사랑의 장소였다고 하네요. 와인 이름을 직역하면 ‘빈칠리아타 포도밭에서의 질식’ 정도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소포코네(질식)라는 단어가 그 지역에서는 ‘속어’로 구강성교, 펠라치오(Fellatio)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비비 그라츠는 자신의 포도밭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질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술적으로 와인 라벨에 옮긴 것이죠. 유럽에는 “여자는 입으로 남자를 지배한다”는 얘기도 있다네요.
정작 이탈리아에선 소포코네라는 단어를 ‘허풍쟁이’란 의미로 사용한다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맙소사! 왼쪽 상단에 남성의 성기가 그려져 있고 여성은 무릎을 꿇은 채 구강성교를 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깜짝 놀란 미국 정부는 소포코네 와인의 수입을 금지합니다. 비비 그라츠는 예술가였지만 동시에 와인 사업가로서 상단의 성기 모양을 모두 검은색으로 지운 채 미국에 와인을 수출합니다.
미국의 술 광고가 얼마나 선정적인지 경험해 본 독자들이라면 미국 정부의 조치가 이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와인의 라벨에는 어떤 종류의 성행위나 이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성’에 자유로울 것 같지만 상당히 엄격한 청교도 정신이 생활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이탈리아 파스타 중에 뇨키(Gnocchi)는 감자, 밀가루, 달걀, 소금 등을 사용한 덩어리 반죽으로 한국의 수제비와 비슷합니다. 뇨키라는 이름은 나무 옹이와 주먹 너클(knuckle)에서 나왔다는게 정설이지만, 여성의 성기를 의미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뇨키의 모양과 촉감 때문입니다.
비비 그라츠가 와인을 생산하는 투스카니 지역에는 팔레 델 논노(Palle del Nonno)라는 ‘살라미’ 음식이 유명한데요. 직역하면 ‘할아버지의 고환’입니다. 축 늘어진 노인의 고환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비비 그라츠는 그 소식을 듣고 펜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직접 병 하나 하나의 라벨에 색을 칠합니다. 여성의 몸에 옷을 입힌 것이지요. 최근 비비 그라츠 와인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빈센조 단드레아 디렉터가 한국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다 소포코네 와인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검은 펜을 집어 들더니 과거 비비 그라츠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와인 라벨에 색을 칠하더군요.
인도에서는 비비 그라츠의 ‘소포코네’ 와인이 한정판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한 와인 평론가는 “와인 생산자의 개인적인 사인을 모으는 와인 애호가들이 많다. 비비 그라츠의 소포코네 와인에는 이미 그의 사인이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비비 그라츠의 ‘소코포네’ 이야기는 와인 판매에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마침내 1973년 샤토 무통 로칠드는 1등급 와인으로 승급합니다. 1855년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등급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었고 샤통 무통 로칠드 이후로는 1등급 승급은 지금 까지도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1973년 피카소가 세상을 떠납니다. 로칠드 남작은 피카소의 유가족에 허락을 구했고 기념비적인 1973년 빈티지(포도 생산연도)에 피카소의 작품이 라벨에 오릅니다.
프랑스 화가 발튀스의 작품을 담은 샤토 무통 로칠드 1993년 빈티지가 수입 금지된 와인입니다. 발튀스는 에로틱한 포즈의 사춘기 소녀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결국 발튀스의 누드 크로키 라벨을 붙인 1993년 샤토 무통 로칠드는 미국서 판매금지를 당합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미국시장서는 라벨에 그림이 없는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게 오히려 화제가 되며 와인 애호가들의 주요 수집 대상이 됐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2010년 빈티지에는 미국의 유명 아티스티 제프 쿤이 보티챌리의 ‘비너스 탄생’을 재해석한 라벨을 내놓았습니다. 누드의 비너스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미국시장서 판매가 허용됐습니다.
다음주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와인 라벨에 사용한 사례들을 모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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