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양평道 자료 삭제 지시’ 드러나자…野 “떳떳하면 왜 숨겼나”
논란에 국토부 “양평道 종점변경 검토정황 숨기고자 자료삭제한것 아냐” 해명
野 “야당 주장을 정치선동으로 매도한 원희룡 장관 책임져야”…국조 거듭 촉구
원희룡 장관 ‘양평道 특혜 의혹’에 대해 “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며 강력 반발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한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공개한 자료에서 일부 내용이 고의로 누락됐다는 의혹에 대해 “실무자의 (자료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떳떳하면 왜 숨겼나”라며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이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 7월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으나, 3개월 만에 말을 바꿨다.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용역업체가 작성한 과업수행계획서 중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가 담긴 4페이지 삭제를 누가 지시한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의 질의에 “(국토부의) 담당 실무자들이 지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토부가 지난 7월23일 공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자료 55건 중에는 용역업체인 경동엔지니어링이 작성한 타당성조사용역 과업수행계획서가 포함돼 있다. 앞으로의 용역 수행 방향을 정리해 지난해 4월 국토부에 제출한 38페이지짜리 문건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과업수행계획서에는 종점부 위치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23∼26페이지가 누락돼 있었다. 기존 23∼26페이지는 다른 내용으로 채워지는 등 페이지 수도 다시 매겨져 있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등에서는 국토부와 용역업체가 본 타당성조사에 착수한 지난해 5월 이전부터 종점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관련 페이지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토부는 “실무자가 실수로 누락했다”고 밝히며 누락 내용을 추가한 과업수행계획서 파일을 홈페이지에 다시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검토 정황이 담긴 자료를 국토부 관계자가 고의로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김건희 일가’ 전용도로로 만들려고 한 것은 결국 국토교통부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용역 관련 과업 지시서에 이미 ‘종점 변경 검토’ 내용이 들어 있었고, 국토부가 이를 자료 공개 당시 누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박 대변인은 “종점 변경을 제안한 것은 용역사가 아니라 국토부였고, 종점 변경 검토 시점도 5월 말이 아닌 그 이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점 변경이 타당하고 떳떳했다면 이런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다”며 “야당 주장을 정치적 선동으로 매도하고, 뒤로는 자료를 은폐·조작해 여론을 호도한 국토부와 원희룡 장관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국정감사에선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두고 야당 의원들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토부 장관은 양평고속도로 의혹 제기를 ‘날파리 선동’으로 비하하는 등 일관되게 국회를 무시해 왔다”며 원 장관에게 사과받을 것을 같은 당 소속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원 장관에 사과 의사를 묻자, 원 장관은 “넉 달째 양평고속도로가 외압에 의해 특혜로 변경했다고 주장하는데, 단 하나의 근거도 없이 지엽적 사안과 실무자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것은 ‘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타진요는 2010년 그룹 에픽하이 소속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줄인 말이다. 대중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가리키는 관용구로 쓰인다. 김 위원장이 ‘타진요가 무슨 뜻이냐’라고 되묻자 원 장관은 “찾아보라”고 짧게 응수했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야당 입장에서는 사업 백지화 등 분란을 일으킨 데 대해 장관에게 사과 요구를 할 수 있다”며 “거기에다 ‘타진요’라고 답하는 것은 장관이 국회에서 할 답변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장독 깨지는 소리만 반복되는 것 같다”며 “누가 왜 변경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할 책임은 야당 의원들이 아닌 장관에게 있다”며 원 장관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원 장관이 ‘타진요의 의미를 찾아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데 대한 경위를 물었고, 원 장관은 “자세히 설명해 드리는 게 회의 진행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적어도 위원장의 말에 장관이 저잣거리에서 길을 물을 때 답하듯이 하면 되겠나. 매우 적절하지 않고 굉장히 오만하고 거만하다. 오늘 답변 태도를 똑바로 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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